이상호 기선제압골…“2개월만이야”

  • 입력 2009년 7월 16일 08시 32분


처진 스트라이커 車카드 적중… 올해 시즌 4골 중 3골 결승골 “앞으로도 계속 골 주워먹겠다”

올 시즌 그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수원 삼성에게 FA컵은 더 없이 중요하다. 최대 목표였던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는 16강 나고야 원정에서 패하며 일찌감치 동력을 잃었고 K리그에서도 최하위권에 처져 6강 플레이오프 진입이 녹록치 않아졌다. 반면, FA컵은 15일 전남 드래곤즈와의 8강전을 포함해 3경기만 이기면 우승으로 내년 AFC 챔스리그 티켓을 거머쥘 수 있다는 확실한 ‘당근’이 있다.

차범근 수원 감독이 전남전에 가용 가능한 멤버를 풀가동한 것도 이 때문. 12일 전북과의 K리그 경기에서 하태균-티아고-에두 3명을 최전방에 내세웠던 차 감독은 이날은 에두-티아고 투 톱에 이상호를 처진 스트라이커로 배치했다. 이상호에게 2선에서 침투패스를 찔러 주고 공간을 찾아들어가라는 주문이었고 이는 적중했다.

이상호는 전반 21분 문민귀가 상대 진영 왼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백지훈이 강하게 슛한 볼이 상대 골키퍼 염동균 손에 맞고 튕겨 나오자 재빠르게 문전으로 쇄도, 왼발 슛으로 그물을 갈랐다. 기선을 제압한 수원은 후반에 양상민과 홍순학의 추가골로 3-0 완승을 거뒀다. 수원이 올 시즌 국내 프로 팀과의 경기에서 1경기 3골을 몰아넣은 것은 이번이 처음. 더구나 4월 26일 홈에서 전남에 당한 1-4 치욕적인 패배도 깨끗하게 설욕했다.

이상호 개인으로서도 5월 19일 싱가포르 암드포스와의 AFC 챔스리그 조별리그 이후 2달여 만에 맛본 골. 이상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큰 기대를 받으며 수원에 입성했지만 이름값을 제대로 못했던 게 사실. 4월 12일 부산전에서 시즌 첫 골을 작렬하며 살아나는 듯 했지만 이후 AFC 챔스리그에서 2골을 넣은 게 전부였다. 그러나 그 동안 주로 뛰었던 측면 대신 이날 원래 포지션인 처진 스트라이커에서 종횡무진 활약했기에 앞으로 더 기대감을 갖게 한다. 또한 올 시즌 터뜨린 4골 중 3골이 결승골일 정도로 순도가 높은 것도 차 감독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이유다.

이상호는 “오늘같이 중요한 FA컵에서 결승골을 넣어서 너무 기쁘다. 오늘 봤던 포지션이 익숙하고 공간을 찾아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오늘 골에 대해 다른 사람들은 주워 먹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내가 원래 넣고 싶은 골은 이런 골이다. 앞으로도 더 많이 주워 먹겠다”며 “산드로가 며칠 전부터 팀에서 함께 훈련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이 더 자극이 돼 분발하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수원|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화보]성남, 작년 FA컵 설욕하며 포항에 승리… 4강 진출
[관련기사]FA컵… ‘라이언킹’ 연장 2골 포효하다
[관련기사]‘천적’ 성남-포항 “과거는 과거일뿐이고”
[관련기사]‘서포터스 물의’ 전북 구단에 700만원 제재금
[관련기사]‘특급골잡이’ 산드로 수원서 뛴다… 1년만에 K리그 무대 복귀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