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은의 벤치스토리] “수술 세번에 재활도 세번 이깟 마음의 상처 쯤이야…”

  • 입력 2009년 7월 16일 08시 05분


“아무래도 다시 수술을 해야겠네요.”

2007년 11월. LG 이동현(26)은 의사의 이 한 마디에 눈을 감았다. 두 번의 팔꿈치 수술을 받고 재활을 견뎌온 지난 3년.

그 터널을 다시 거쳐야 한다고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다. 김병곤 트레이너에게 말했다. “여기서 그만 둘래요. 내 앞날이 너무 두렵습니다.”

하지만 김 트레이너는 말없이 이동현의 손을 잡았다. “100%%로 돌아오기는 힘들 거야. 그래도 이거 하나 약속하마. 다시 마운드에서 공 던질 수 있게 해줄게. 꼭.”

이동현은 펑펑 울었다. 김 트레이너의 무모한 약속이 고마워서, 그리고 다시는 ‘100%%’로 돌아올 수 없다는 사실을 확인해서였다. 수술을 결심한 그가 집에 전화를 걸자, 이번엔 수화기 너머로 어머니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이동현은 그저 되뇌었다. “나 정말, 다시 야구 하고 싶어요.”

○그의 ‘재활’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선배 박명환은 그를 이렇게 다독였다. “세 번 수술해도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다는 걸 네가 보여주면 돼. 같은 상황에 처한 선수들이 희망을 잃지 않도록.” 새로운 버팀목이 생긴 기분이었다. “토할 것 같은 기분을 참고” 다시 수술대에 올랐다.

그리고 또다시 시작된 재활. ‘야구선수’ 이동현의 화려함을 쫓아 곁에 모였던 사람들은, ‘부상병’ 이동현의 곁에서 하나둘 떠나갔다. “재활하는 선수들에게 가장 힘든 건, 육체적인 고통보다 마음의 상처예요. 한 번 심장에 ‘스크래치’가 나면, 회복하는 데 몇 배나 긴 시간이 걸리거든요.”

그래도 그 시간을 지탱하게 해 준 건, “딱 한 달만이라도 잠실구장 마운드에 서고 싶다”는 간절함이었다.

그 소원이 “딱 일주일”, “딱 한 경기”로 점점 줄어들던 어느 날, 결국 ‘그 순간’이 왔다. 5월21일 광주 KIA전. 이동현은 5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올랐다. ‘이렇게 다시 시작되는구나.’ 온 몸이 떨리고 가슴이 벅차올랐다. 하지만 그만큼 한계도 선명했다. 예전의 신뢰를 회복하는 데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도 실감했다. 다시 공을 던질 수만 있어도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점점 ‘이것밖에 안 되나’ 싶은 자괴감이 고개를 들었다. 그렇게 다시 2군으로 돌아간 그는, 지금 소심해진 마음을 ‘재활’하는 중이다.

그는 씩씩하게 말했다. “세 번의 수술을 이겨냈는데 이 정도를 못 견디겠어요?” 그리고 자신있게 덧붙였다. “언젠가 팀이 나를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날, 그리고 나 스스로가 ‘이거다’라고 느끼는 순간이 올 거예요”라고. 아마도 그 때, 이동현에게는 진짜 ‘재활의 끝’이 찾아올 거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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