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南과 北의 실직자 양산 구경꾼들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8분


이달 초 비정규직법이 시행된 후 노동부가 5인 이상 사업장 51만8000개 중 8931개를 조사한 결과 하루 평균 333명이 일자리를 잃는 것으로 나타났다. 51만8000개 사업장을 모두 조사한다면 전체 해고 인원은 훨씬 늘어날 것이다. 영세 사업장을 포함하면 비정규직 4명 중 3명꼴인 해고 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다. 매일 수백 명이 일자리를 잃고 있는데도 민주당과 민주노동당 의원들은 해고대란(大亂)은 아니라며 꿈쩍도 않는다.

북한의 개성공단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공장용지를 분양받아 직접 공장을 짓고 가동 중인 한 신발 제조업체는 다음 달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기 위해 북측 근로자 250명을 돌려보내기로 했다. 다음 달 말까지 나머지 북측 근로자 424명도 일자리를 잃게 된다. 분양가와 시설투자비를 합쳐 54억 원을 투자한 이 회사는 남북 관계 경색에 따른 바이어 이탈로 누적 적자만 20억 원에 이르러 직원 월급을 못줄 지경이 되자 손실을 감수하고 철수 결정을 내렸다. 금융기관들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사업 전망을 어둡게 보고 대출을 거부해 일부 업체는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개성공단에서는 6월 말 현재 106개 우리 기업이 진출해 북한 근로자 4만255명이 일한다. 다른 6개 회사도 다음 달 말까지 철수할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북측이 요구하는 대로 8월경 임금을 월평균 75달러에서 300달러로 인상하면 거의 모든 입주업체가 적자를 면치 못해 무더기 철수 사태가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4만여 개 일자리가 사라질 판인데도 북한 정권은 임금과 임대료 인상만을 고집하고 있다.

북한 정권은 “공화국에서 경제가 정치 앞에 있지 않다”고 말한다. 민생보다 체제 수호가 우선이라는 의미다. 이런 북한에서는 당국자들이 팔짱을 끼고 해고 사태를 구경할 수 있다고 치자. 하루 수백 명씩 해고되는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남쪽의 일부 야당 국회의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동생이나 아들딸이 당장 해고될 처지에 있다고 해도 이렇게 모른 체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국회를 찾아가 환경노동위원회 3당 간사에게 하루 수백 명씩 해고되는 비정규직 현황을 보고했는데도 야당 측에서는 한마디도 없다. 비정규직법 개정에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들이나, 야당이 하자는 대로 끌려다니는 한나라당 의원이나 ‘해고 구경꾼’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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