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기막힌 국회 본회의장 풍경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8분


국회는 어제 우리 의정사(史)에서 보기 드문 진풍경을 연출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이 동시에 본회의장 점거 농성에 들어간 것이다. 한나라당은 50여 명씩으로 3개 조, 민주당은 20여 명씩으로 3개 조를 짜 교대로 1개 조씩 24시간 농성을 이어갈 계획이다.

의사당에서 희대의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해 미디어법안을 강행처리할 것이라고 의심한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완력으로 미디어법안 처리를 저지하려고 국회의장석을 점거할 것으로 본다. 두 당은 15일 레바논 동명부대 파병기간 연장동의안 처리와 4개 상임위 및 특별위 위원장 선출을 위한 ‘원 포인트 본회의’를 개최하되 안건 처리가 끝나면 동시에 본회의장에서 철수한다는 신사협정을 사전에 맺었다. 하지만 막상 본회의가 열리자 서로를 믿지 못해 ‘그쪽이 먼저 나가면 우리도 나가겠다’는 식으로 맞서고 있다.

명색이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서로 ‘고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군사작전하듯 몇 십 명씩 조를 짜 본회의장을 점거한 모습이 꼴불견이다. 민주당 일부 의원들은 미디어법안의 상임위 상정조차 막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회의장 입구를 봉쇄했다. 세계에 부끄러운 대한민국 국회의 모습이다.

민주당은 ‘노무현 조문 정국’을 빌미로 40여 일간 국회를 내팽개치다 이달 12일 겨우 등원하고도 국회의 정상적 운영에는 전혀 협조하지 않는다. 6월 국회의 연장을 골자로 한 ‘의사일정 합의’라는 새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사실상 ‘정치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미디어법안 처리를 저지하기 위한 꼼수에 불과하다.

특정 법안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상임위에 상정해 정상적인 논의 절차를 거치고 최대한 타협을 위해 노력하되, 정 안 되면 표결로 처리하는 것이 의회민주주의의 기본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상반기 국회의 의정활동을 평가한 결과 100점 만점에 40.7점이라는 낙제 점수가 나왔다. 물리력을 동원해 상임위 논의조차 막는 쿠데타적 행태를 보이고 있으니 어찌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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