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 하우스’ 붐… 새 투자처로 뜬다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소형아파트보다 작고 원룸보다 고급
건설사 “도시형 생활주택시장 급팽창”

회사원 김혜정 씨(28)는 최근 이사할 집을 구하기 위해 직장(서울 서대문구 충정로)과 가까우면서도 깨끗한 집을 찾아 충정로에서 은평구까지 다녀봤지만 마땅한 집이 없어 애를 먹었다. 소형 아파트는 혼자 살기에 넓고 전세금도 부담스러웠다. 대학가의 원룸은 저렴하지만 작고 내부구조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김 씨는 “결국 회사 근처에 간신히 복층 원룸을 구해 취향에 맞게 내부 인테리어를 깔끔하게 새로 했다”고 말했다.

원룸의 진화, ‘싱글 하우스’가 뜬다

20, 30대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도심 역세권에 있는 ‘싱글 하우스’ 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는 결혼 연령이 늦춰지면서 부모로부터 독립해 사는 독신자가 늘어난 데 따른 영향이 크다. 대학생들이 공동생활을 해야 하는 하숙집이나 고시원보다 독립성이 보장되는 공간을 선호하는 것도 1인 가구 증가에 한몫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인 가구는 1995년 164만 가구에서 2005년 317만 가구로 10년 사이 두 배 가까이로 늘었다. 통계청은 2030년에는 1인 가구가 471만 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싱글족을 겨냥한 주택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인 가구를 겨냥한 싱글 하우스 임대업이 기업형으로 성장했다. 일본 ‘레오팔레스21’은 싱글족이나 장기 체류 외국인을 위해 도쿄(東京)에 25만 실을 포함해 일본 전역에 50만 실을 임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싱글족을 대상으로 한 주택이 전체 주택시장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서울대 환경대학원 전상인 교수는 “1인 가구가 급증하는 한국에서도 싱글족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주택이 나오면서 빠른 속도로 선진국의 주택시장을 닮아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건설사, 노후 대비 투자자들 관심

싱글 하우스가 각광 받으면서 이르면 이달 말 첫 사업허가가 나는 도시형 생활주택 건설 및 투자에도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도시형 생활주택이란 도시지역에 짓는 20채 이상 150채 미만의 공동주택으로 △단지형 다세대(85m² 이하) △원룸형(12∼30m²) △기숙사형(7∼20m²) 등 세 가지다.

대형건설사와 중소형 시행사는 급증하는 1인 가구 수요를 잡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건설은 기존 원룸 및 소형 주택에 고급 이미지를 더한 주택브랜드인 ‘캐슬 루미니’를 올해 하반기에 선보일 계획이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캐슬 루미니는 경제력이 있는 20, 30대 직장인과 은퇴 부부를 주고객층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내외주건 김신조 사장은 “1인 주택은 앞으로 시장이 계속 커질 것이 확실하다”며 “건설업계에서도 도시형 생활주택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토지 확보나 사업의 수익성 등을 검토하는 업체가 많다”고 말했다.

개인도 노후를 대비해 도시형 생활주택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민은행 PB센터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10억 원 정도의 자금으로 은퇴 뒤 연 7∼10%의 고정 수익을 기대하는 사람들이 도시형 생활주택에 투자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기존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에 대한 수요도 늘고 있다. 기존 건물을 도시형 생활주택으로 바꿔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것이다.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단독주택과 다가구주택의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올해 3월까지 70∼80%대를 맴돌다 최근 90%대로 올라섰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관악구 신림동이나 광진구 자양동 등 지하철이 가까운 ‘싱글존’에 있는 다세대주택 등이 관심을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싱글 하우스::

20, 30대 1인 가구를 겨냥한 소형 주택으로 소형 아파트보다 작지만 하숙방, 원룸보다 고급화한 건물. 최근 1인 가구가 급증하면서 새로운 주거 트렌드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서현 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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