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원자재값 약세는 美 경기회복의 신호탄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월가의 한 애널리스트가 쓴 모 은행에 대한 투자의견 상향 리포트 하나가 지난 4주일이나 조정을 지속했던 미 증시를 급반등시켰다. 도대체 어떤 애널리스트이기에 이토록 영향력이 큰 것일까? 이 여성은 월가의 베스트 애널리스트로서 지난 금융위기 발생 이전부터 미국 대형은행들의 부실채권에 대한 경고와 은행주 매도 의견을 제시해 명성을 얻었다. 금융위기 이후에는 금융업계의 여제(女帝)로 불릴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그런 유명한 애널리스트가 미국 은행주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긍정적으로 바꾸었으니 대단한 의미가 있는 것으로 투자자들은 받아들였다.

과연 유명 애널리스트의 리포트 하나에 세계증시가 흥분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일까? 메러디스 휘트니가 그동안 은행주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고수했던 이유는 미국 부동산 가격의 추가적인 하락 가능성과 그에 따른 은행의 부실 가능성 때문이었다. 이번에 그 시각을 바꾸었다는 것은 미국 부동산시장이 안정 상태에 들어갔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도 된다. 은행주에 대한 시각 변화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그러나 휘트니의 리포트에도 불구하고 고용 사정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미국 실업률이 예상보다 빨리 높아지면서 경기회복 속도에 대한 의문이 생겼고 그 때문에 경기회복 기대로 랠리를 펼치던 유가와 주요 원자재가 약세로 기울었으며 최근 그 기울기는 더욱 가팔라졌다. 원자재 가격의 약세는 주식시장에서 경기회복 속도의 둔화 신호로 받아들인다.

과연 현재 상품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원자재 가격의 약세 현상은 경기회복 속도가 늦어지는 예고 신호일까? 그렇지 않다. 현재 원자재 약세 현상은 선물거래 투기규제 강화 움직임 때문에 투기자금이 황급히 이탈하는 현상이다. 즉 원자재의 실질 수요에 의한 가격 이상으로 투기세력이 지나치게 끌어올렸던 가격이 정상 가격으로 되돌아오는 과정이다. 원자재 가격에서 투기 수요에 의한 거품이 빠지면 오히려 기업의 원가 부담이 줄어들어 기업의 이윤이 커지게 되고 개인은 소비를 늘릴 수 있게 된다. 자원보유국들도 투기 수요에 의한 가격 폭등을 결코 바라지 않는다. 지난번에 유가를 배럴당 147달러까지 끌어올린 상품시장의 투기가 전 세계 자산시장의 붕괴를 촉발했고 결국 인플레이션이 부메랑으로 자국에 되돌아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번 상품시장 투기거래의 규제 강화는 원자재 가격을 안정시켜 하반기 미국 경기회복 속도를 더욱 높이는 효과를 줄 것이다.

미국은 상반기에 금융시스템을 복구했으며 하반기에는 고용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경기부양책(TARP)에서 아직 남아 있는 돈으로 소기업의 운전자금 지원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영업활동의 50% 이상을 해외에서 수행하는 대기업의 고용 효과보다 국내에서 영업활동을 하는 소기업의 지원이 고용 효과가 더 뛰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춘호 주식투자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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