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 구하고 아이들에게 가르침 줄 수 있다면…”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제주 ‘천사의 집’ 사회복지사 조애영 씨
부모반대 설득 50대 여성에게 신장기증

“결혼도 안 한 딸이 신장 기증 수술을 한다니까 어머니가 많이 놀라셨죠. 그렇지만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일인걸요. 더불어 우리 보육원 아이들에게 작은 가르침이라도 줄 수 있다면야….”

1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에서 만난 조애영 씨(37·여·제주 제주시 연동)는 16일 신장 기증 수술을 앞두고 있었지만 담담했다. 긴장될 만도 했지만 자신보다는 제주도에 있는 아이들 걱정부터 했다. 제주 서귀포의 ‘천사의 집’ 보육원 사회복지사인 조 씨는 “‘선생님이 안 계셔서 공부 못했다’는 이야기가 나올까봐 일부러 수술을 방학 때로 잡았는데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조 씨는 사진작가로 20대를 보내면서 막연히 ‘언젠가 다른 이들을 위한 삶을 살게 된다면 서울 생활을 접고 제주도에 가겠다’고 생각했고, 5년 전 정말로 제주도로 내려갔다. 사회복지사가 되기 위해 다시 공부했고 결국 꿈을 이뤄 1년 반째 보육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그가 보살피는 원생은 중고생 11명에 대학생 1명, 취업한 학생 1명 등 모두 13명. 수술 받으러 간다고 했을 때 아이들은 무덤덤한 반응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크고 작은 장애물을 넘어 온 아이들에게는 이 수술이 정말 아무것도 아닐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짠해지더군요.”

조 씨가 신장 기증 수술을 계획하게 된 것은 고교 동창생에 대한 안쓰러움 때문이었다. 만성신부전으로 10년 넘게 고생하는 친구를 보고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 하지만 친구에게의 장기 이식은 쉽지 않다는 병원의 판단이었다.

“친구에게는 신장을 못 주게 됐지만 신장을 기증해 한 사람, 더 나아가 그 가족들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둘 수 없었죠.”

조 씨는 4월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에 신장 기증을 서약하고 기증 절차를 밟아 왔다. 그러나 미혼이라 신장을 기증하려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했다. 딸이 신장을 기증한다고 하니 어머니가 펄쩍 뛰었다. 하지만 맏언니에게 도움을 요청해 자매가 함께 호소한 끝에 겨우 허락을 얻어냈다. “딸이 생면부지의 사람에게 신장을 기증하겠다니 말리실 수밖에요. 수술 후에 제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또 후회하실 것 같아 병원 근처에는 아예 못 오시게 했어요.”

그는 건강을 회복하면 일단 천사원 아이들을 돌보다가 나중에 해외 봉사도 떠나 보고 싶다고 했다. “결혼은 안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신장 한쪽 없는 사람도 누가 받아주겠죠?”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조 씨의 수술은 16일 삼성서울병원에서 진행된다. 그의 신장은 10년 넘게 만성신부전으로 고생하고 있는 50대 여성에게 이식된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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