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간 오해 - 루머가 사태 더 악화시켜”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코멘트
쌍용차 농성이탈 노조원 문답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쌍용차 노조)가 평택공장을 점거하고 있는 가운데 동아일보는 최근 평택공장에서 나온 쌍용차 직원 A 씨를 14일 전화로 인터뷰했다. 쌍용차에서 10년 이상 근무한 A 씨는 파업 첫날인 5월 22일부터 파업에 참여했으며 폭력사태까지 일어난 데 회의를 느껴 지난달 29일경 공장에서 나와 무급휴직을 신청했다. 그는 “공장 안에 있는 조합원들이 외부 소식을 잘 듣지 못한다”며 “노사 간에 오해가 심하고 루머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공장 안에 조합원은 몇 명이나 있나.

“지난달 26일 폭력사태가 있고 나서 많이 나간 것 같다. 그러나 일반 조합원은 정확하게 몇 명이 있는지 모른다.”

―공장 내부 상황은 어떤가.

“따뜻한 물이 없고, 세면장도 부족하다.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 위에 스티로폼을 깔고 잔다. 도장공장이라 페인트 냄새도 심하다. 두통을 앓는 사람이 많다.”

―외부 상황은 잘 파악하고 있나.

“TV가 있긴 한데 몇 대 안 되고 사람이 많으니까 보기 어렵다. 그렇다고 노조가 TV 시청을 막은 건 아니다.”

―회사가 지난달 말 내놓은 ‘최종 제안’에 대해서는 집행부가 설명해 줬나.(회사 측은 지난달 26일 정리해고가 된 사람들에게도 다시 희망퇴직과 무급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내용의 ‘최종 제안’을 했다.)

“간단한 내용만 들었다. 무급휴직 기간에 회사가 4대 보험료를 내 준다거나 이중취업을 인정한다거나 하는 설명은 듣지 못했다. 노조가 회사 측 제안을 거부할 때 조합원을 모아놓고 투표를 한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투표를 했더라도 결과는 마찬가지였을 거다.”

―노조가 조합원 이탈을 막는다고 들었는데….

“사실이 아니다. 나간다고 하면 붙잡지 않는다. 나도 (지난달 29일에) 공장을 나와서 식구들을 만나 회의를 하고 그날 밤 공장에 다시 들어가서 짐 싸고 ‘가겠다’고 말하고 나왔다.”

―공권력 투입에 대비해 노조가 무기를 많이 만든 것 같다.

“쇠파이프 하나씩은 주더라. 누가 뽑았는지 모르겠는데 처음부터 ‘선봉대’가 있었다. 내 임무는 도장공장을 지키고 비상 상황이 생기면 사람들에게 퇴로를 안내하는 것이었다. 도장공장 출입문 여러 개를 용접해 몇 개만 개방이 되게 했다. 내부가 복잡하기 때문에 정전이 되거나 불이 나면 외부에서 들어온 사람은 못 나갈 거다.”

―노조가 이탈자가 생길까봐 공장 안에서 개인행동을 막는다는 얘기도 있다.

“아니다. 노사 양쪽이 서로 오해가 심하다. 충돌 사태가 있고 나서 공장 안에서는 그날 들어온 사측 직원들이 자기들끼리 의견이 안 맞아 싸우다 철수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나중에 나와 보니 사실이 아니더라. 공장 내 인터넷을 끊은 것은 회사와 노조가 서로 상대편 짓이라고 하는데 지금도 어느 쪽이 맞는지 모르겠다.”

―정리해고를 철회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자신이 정리해고 대상이 된 이유를 납득하지 못해 격분한 사람들이 많다. 사장 표창을 받은 사람은 잘리는데 매일 놀던 사람은 남은 경우도 있고, 부양가족이 없으면 감점하는 식의 기준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나도 왜 떨어졌는지 알고 싶어 고과 점수를 보여 달라고 했지만 끝내 알려주지 않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