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학부모 ‘함박웃음’… 교사들 ‘웃고울고’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민간 어린이집 국공립 수준 지원 ‘서울형 어린이집’ 도입 3개월
엄마들 “비용 줄고 시설 개선”
신참교사 “월급 44만원 늘어”
고참 “신참과 똑같이 받다니”

‘서울형 어린이집’이 올 2월 1차 선발에 이어 이달 17일까지 2차 접수를 받고 있다. 서울형 어린이집 공인제도는 어느 어린이집에서나 국공립 수준의 보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시에서 민간 어린이집을 지원하는 정책. 보육료는 국공립 수준으로 낮추고 교육 서비스 질은 시에서 보장한다는 목표다. 서울형 어린이집이 되면 무엇이 얼마나 달라질까. 실제 혜택은 누구에게 가장 많이 돌아갔을까. 지난 3개월간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운영되어 온 서울 동대문구 이문1동의 사립 어린이집 ‘한일어린이집’을 찾아 전후 상황을 비교해봤다.

○보육원생 및 학부모-함박웃음

가장 큰 수혜자는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들과 학부모였다. 무엇보다 보육비가 줄었다. 서울형 어린이집은 만 3세까지는 5만2000원을, 만 4∼5세는 6만6000원을 민간 시설보다 각각 덜 받는다. 세 자녀를 한일어린이집에 보내는 주부 김현수 씨(34)는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바뀐 후 한 달에 19만8000원을 덜 낸다”며 “어린이집 시설도 훨씬 깔끔해졌다”고 말했다. 시는 서울형 어린이집마다 최대 1000만 원까지 환경개선비로 지급한다. 한일어린이집은 이 돈으로 먼지가 심했던 카펫을 없애고 장판을 깔았다. 어린이집 입구에는 학부모 편의상 학급별 인터폰을 설치했고 손을 자주 닦아야 하는 영아들을 위해 싱크대를 새로 만들었다. 개선되는 부분은 하드웨어뿐이 아니다. 서울형으로 인증받으려면 시설뿐 아니라 ‘언어 교육’ ‘창의적 표현’ 등 교육 프로그램도 시에서 제시한 80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인증 과정에서 자연스레 소프트웨어도 업그레이드된다는 게 엄마들의 평가다.

○어린이집-울거나 혹은 웃거나

박영자 원장의 수입은 서울형으로 인증받기 전인 3월이나 이후인 4월 사이 큰 차이가 없다. 시에서 지원하는 인건비 및 운영비를 줄어든 아동 보육료와 합치면 결과적으로 비슷한 것. 오히려 서울형으로 인증받기까지 들어가는 사비를 따지면 원장 입장에선 손해일 수 있다. 일부 어린이집에서 선뜻 인증 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다.

경력 많은 교사들은 울상이다. 시에서 교사 인건비로 최대 80%까지 지원하는데 예산 한계상 경력에 관계없이 모든 교사에게 동일하게 월 135만1730원(1호봉)을 지급하기 때문. 한일어린이집에서 10년째 일한 유은주 선생은 “월급이 줄진 않았지만 갓 대학을 졸업한 선생과 월급이 똑같아 의욕이 꺾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신참 선생들은 입이 귀에 걸렸다. 올 초 이 어린이집에 고용된 초임 교사는 3월까진 한 달에 91만 원을 받았으나 4월부터는 135만 원을 받는다. 한 달 새 월급이 44만 원 늘어난 셈. 조은희 서울시 여성가족정책관은 “학부모와 아동들의 편의를 가장 우선적으로 배려한 정책”이라며 “미흡한 부분은 차차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서울시는 1단계 공인을 통해 전국 1125개 어린이집(민간 533곳)을 서울형 어린이집으로 인증하고 4월부터 본격 운영 중이다. 이달 17일까지 관할 자치구를 통해 접수받는 2단계 공인 목표는 총 750개 어린이집으로 올해 10월과 11월에는 3단계 공인에 나설 예정이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유혜진 인턴기자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3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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