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돌아온 ‘용과 영’ 환상호흡 부활의 몸짓

  • 입력 2009년 7월 16일 02시 57분


발레 단짝 김용걸-김지영 25일 김해 문화의 전당서 합동무대

용(Yong)과 영(Young).

1998년 파리국제무용콩쿠르. 작은 눈의 생김새나 이름도 엇비슷한 두 사람을 외국 관객들은 ‘용과 영 부부’라고 불렀다. 실제 부부가 아닌데도 그만큼 닮아 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양인 최초로 듀엣 부문 1위에 오른 둘은 ‘환상의 파트너’로 거듭났다.

발레리노 김용걸 씨(36)와 발레리나 김지영 씨(31). 각각 프랑스 파리와 네덜란드에서 활동하며 ‘발레계 국가대표’로 활동해온 두 사람이 고국으로 돌아와 첫 합동무대를 갖는다.

25일 오후 5시 경남 ‘김해 문화의 전당’ 마루홀에서 ‘김용걸과 김지영 그 화려한 만남’이 열린다. 둘은 이 무대에서 ‘백조의 호수’ ‘지젤’의 2인무(파드되)를 선보인다.

2000년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해 솔리스트로 활약한 김용걸 씨는 9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로 복귀한다. 김지영 씨는 2002년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진출해 치열한 경쟁 끝에 얻은 수석무용수 자리를 버리고 8월부터 국립발레단에서 제2의 발레인생을 시작한다. 두 사람을 14일 밤 서울 서초구 예술의 전당 연습실에서 만났다.

함께 무대에 오른 것은 2005년 ‘해적’ 공연 이후 4년 만. 손을 포개 잡은 둘은 ‘합(合)’을 맞추느라 분주했다. 간만에 호흡을 맞춰보니 달라진 점도 보일 터. 김지영 씨는 “오빠의 춤이 더욱 맛깔스러워졌다”고, 김용걸 씨는 “선이 깨끗해졌다”고 말했다.

“뭐? 왜?”

올해 초 김지영 씨의 복귀 소식을 전해들은 김용걸 씨의 첫 두 마디였다. “어떻게 올라간 수석 자리인데 헛소문이라고 여겼어요. 근데 ‘오빠, 나 한국 가∼’라는 전화가 오더군요.”

2년 차이로 외국 발레단에 진출한 둘은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였다. 프랑스에서 네덜란드까지 기차로 4시간. 먼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김용걸 씨는 부상으로 힘들어하는 김지영 씨에게 조바심 내지 말자고 다독였고, 김지영 씨는 파리 가르니에 극장에 선 용걸 씨를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항상 채우고 싶어 하는 완벽주의자’ 김용걸 씨와 ‘당돌하면서도 단단한’ 김지영 씨. 1997년 국립발레단에서 처음 만난 후 함께 파드되(2인무)를 춘 지 12년째다.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운 적도 많았지만 이젠 모두 옛날 얘기다. 김지영 씨는 “오빠가 한결 부드러워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예전 오빠는 춤에서 뭔가를 보여줘야겠다는 조바심이 보였어요. 물론 젊은 혈기에 그런 게 필요하죠. 지금은 뭐랄까, 한결 진중하고 여유가 생겼어요.”

그럼 파트너로서 둘은 서로를 어떻게 평가할까.

“지영이는 ‘잡고 돌리기’ 편해요.(웃음) 그만큼 중심이 잡힌 무용수죠.”(김용걸 씨)

“오빠는 항상 절 채찍질해요. 늘 긴장하게 만들죠. 그래서 다른 발레리노를 만나면 심심해요.”(김지영 씨)

둘에겐 꼭 다시 서보고 싶은 무대가 있다. 안무가 장 크리스토프 마이요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2000년 두 사람은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무대에 섰다.

“파리에 진출한 지 얼마 안 돼 유럽 발레를 흉내 내던 시기였어요. 겁나는 게 없었죠. 줄리엣을 맡은 지영이에게 키스도 과감히 하고…. 당시 여자친구였던 아내는 속이 상했지만요.(웃음)”(김용걸 씨)

“적극적으로 변한 오빠를 보며 외국에 진출하고 싶다고 처음으로 생각했어요.”(김지영 씨)

김용걸 씨는 2007년 한국 무용가 김미혜 씨와 결혼했고, 김지영 씨는 현재 사귀는 사람이 없다. 이번 공연을 마치면 둘의 다음 무대는 국립발레단 정기공연인 ‘차이콥스키: 삶과 죽음의 미스터리’(9월 10∼13일)가 될 예정이다. 여기서도 두 사람은 부부다. 김용걸 씨는 차이콥스키를, 김지영 씨는 그의 부인 밀류코바 역을 맡았다. 055-320-1234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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