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아직 월드컵에서 뛸 정도로 준비가 안 된 것 같다”는 허정무 대표팀 감독에게 무력시위라도 하는 듯했다. ‘라이언킹’ 이동국(전북 현대)의 발끝이 다시 불을 뿜었다.
15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제주 유나이티드와 전북의 FA(축구협회)컵 8강전. 이동국은 1-0으로 앞서던 후반 11분 그라운드에 나섰다. 그의 진가는 2-2로 맞선 연장전에 빛을 발했다. 연장 전반 8분 에닝요가 페널티지역 오른쪽 외곽에서 띄워준 크로스를 골지역 중앙으로 달려들며 머리로 받아 골네트를 갈랐다. 4분 뒤에는 루이스가 페널티지역 왼쪽 내에서 밀어준 패스를 골 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슛으로 두 번째 골로 연결시켰다. 전북은 연장 후반 10분 에닝요의 추가골을 묶어 5-2 대승을 거두고 4강에 올랐다. 2005년 이후 4년 만의 정상 복귀도 노리게 됐다.
이동국의 최근 상승세는 뜨겁다. 올 시즌 K리그에서 13골을 터뜨렸다. 정규리그에서 12골, 컵대회에서 1골을 터뜨려 슈바(전남 드래곤즈·10골)를 따돌리고 득점 1위를 달렸다. 이동국은 1일 열린 FC 서울과의 16강전에서도 해트트릭을 기록해 3-1 승리를 주도하는 등 물 오른 골 감각을 과시하고 있다. 그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는 꼭 출전하고 싶다”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향후 허 감독이 대표팀 선수를 꾸릴 때 ‘라이언킹’의 승선이 관심사로 떠올랐다. 허 감독은 이날 성남에서 성남 일화와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를 관전하다 이동국의 골 소식을 듣고 “이동국을 계속 지켜보겠다. 다른 선수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성남은 후반 24분 터진 김진용의 결승골로 지난해 FA컵 챔피언 포항을 2-1로 따돌리고 4강에 합류했다. 수원 삼성은 이상호와 양상민, 홍순학의 연속 골을 앞세워 전남을 3-0으로 완파했다. 대전 시티즌은 대구 FC와 연장까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3으로 이겼다. FA컵 준결승은 10월 7일 열린다. 대진은 추첨으로 결정한다.
성남=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