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혼남녀는 혼활붐, 기혼 부부는 이활붐

  • 입력 2009년 7월 15일 14시 54분


일본에서 젊은 미혼 남녀를 중심으로 결혼을 위한 맞선, 외모 가꾸기 등의 활동을 뜻하는 '혼활'(婚活·곤카쓰)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혼 부부 사이에선 '이혼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뜻하는 '이활'(離活·리카쓰)이 늘고 있다. 주로 중년 부부가 많지만 연령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특히 최근 금융위기로 일본도 각 가정마다 경제적 어려움이 심해지면서 이 같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활이라는 말은 혼활에서 비롯된 신조어로 올해 4월 NHK에서 방영된 드라마 '곤카쓰, 리카쓰'를 계기로 확산됐다. 이 드라마는 초등학교 동창인 39세 여주인공 두 사람이 각자 혼활과 이활에 나서는 과정을 담아 화제를 모았다.

이활은 1990년대 일본에서 유행한 '황혼 이혼'과 비슷해 보인다. 당시 '잃어버린 10년'이 본격화되면서 중장년층 주부들이 남편의 퇴직을 기다리다 거액의 퇴직금을 위자료로 받기 위해 이혼을 청구하는 사례가 늘면서 '황혼 이혼'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그러나 이활은 황혼 이혼보다 더 치열하고 적극적인 준비가 따른다는 점이 다르다. 이활에는 △이혼한 뒤 수입 안정을 위해 자격증을 취득 △위자료 등 금전적 보상을 최대한 받거나 최소한 주기 위해 법률 지식을 터득 △이혼 후 재혼 상대를 찾기 위한 외모 가꾸기 등이 포함된다.

배우자와 이혼하면서 유리한 조건을 차지하기 위한 활동도 이활에 해당된다. 남편이나 아내에게 불륜 상대가 있는지 휴대전화 통화목록, 문자메시지 등을 정기적으로 검사하거나 가방 속을 뒤지는 행위도 일종의 이활이다. 더 넓은 의미로는 우울증 등 이혼으로 인한 후유증에 미리 대비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에선 법률사무소 등이 '이활 전문상담'을 홍보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으며 이 단어가 신문, 잡지 등 언론을 통해 많이 쓰이고 있다. 불황으로 남편의 보너스가 줄어드는 등 경제적 위기감이 더해지자 '한 푼이라도 더 있을 때 이혼하겠다'는 주부들이 늘면서 인터넷 게시판 등에는 이활에 대한 각종 문의도 쇄도하는 실정이다.

시사주간 다이아몬드는 최근 이활을 다룬 특집기사에서 '이활은 혼활에 비해 10배가량의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고 전했다. 퇴직, 경제적 어려움 등 다양한 상황과 연관돼 있기 때문에 이활을 제대로 하지 못할 경우 연쇄적인 비극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는 설명이다.

한편 전문가들은 이활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배우자 몰래 은밀히 진행할 것 △부모, 자녀 등 다른 가족의 시선을 고려하지 말고 오직 자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활동할 것 등을 강조한다. 전처와 자녀에 대한 생활비, 양육비 부담 등 이혼 과정에서 불리한 남성들은 이활에 대해 주변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상담하는 태도가 도움이 된다는 지적도 있다.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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