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요정 신수지 “스테이크 유혹, 정말 괴롭죠”

  • 입력 2009년 7월 15일 08시 23분


세계 체조요정들 힘겨운 오찬

“꼭 스테이크가 제게 손짓하는 것 같더라고요.”

S라인 몸매를 유지하는 것은 ‘리듬체조 요정’에게도 곤욕이다. 14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 9월19-20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캐피탈 인비테이셔널 2009 세계체조 갈라쇼’ 기자회견을 마친 신수지(18·세종대) 앞에 코스요리가 놓였다.

애피타이저는 훈제 연어. 신수지가 제대로 먹은 것은 딱 그것뿐이었다. “수프를 한 숟가락 뜨니까 바로 엄마가 말리시는 거예요.” 어머니 문광해씨는 신수지의 그림자. 혹시라도 체중이 불어, 딸의 경기력에 지장이 생길까 항상 노심초사다.

드디어 메인요리가 나왔다. ‘포트와인 소스 곁들인 그릴에서 구운 소고기 꽃 등심.’ 하지만 어려운 요리이름 만큼이나, 그 맛 한 번 보기가 어려웠다. 나이프로 고기 한 점을 떼어내어 입에 넣은 신수지. 군침을 삼키며 다음 칼질을 하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어머니의 감시망을 피할 수 없었다. 어머니가 접시 채 스테이크를 치워버리자, 체조요정은 실망한 기색이 역력했다.

“엄마, 스테이크가 날 쳐다본다니까요.” 그러자 어머니는 한 술 더 떠, 아예 메뉴판으로 접시를 덮어버렸다. 더 이상 신수지와 스테이크의 눈빛 교환은 없었다.

유연한 몸놀림을 구사해야 하는 리듬체조 선수에게 날씬한 체형을 유지하는 것은 훈련만큼이나 힘들다. 조금만 체중이 불어도 부상위험도 증가. 신수지는 “현재 최고의 기량을 보일 수 있는 체중에서 3kg이 더 나간다”면서 “가끔 서운할 때도 있지만, 어머니의 애정 어린 채찍 덕에 다이어트에 대한 욕심이 더 생긴다”며 웃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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