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WCC코리아 합창대회 ‘반쪽행사’ 책임론 대두

  • 입력 2009년 7월 15일 06시 31분


경남도, 참가자 40여명 신종플루 확인… 중간에 폐막 파문
일부 예술인들 “일회용 행사에 80억원 예산 낭비” 지적

경남도가 ‘노래하는 인류, 하나 되는 세계’를 주제로 개최한 합창대회인 ‘월드콰이어챔피언십(WCC) 코리아 2009’가 중간에 취소되면서 파문이 적지 않다. 이 행사는 창원 마산 등 경남 4개 도시에서 7일부터 17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참가자 40여 명이 신종 인플루엔자A 환자로 확인되자 경남도가 전반부 행사만 마치고 10일 서둘러 막을 내렸다.

○ 3일 행사에 80억 원

이번 대회 비용은 국비 20억 원을 포함해 모두 90억 원. 경남도는 공동주최자인 독일 인터쿨투르재단에 280만 유로(약 47억5000만 원)를 미리 지불했다. 해외홍보와 외국합창단 모집 등에 사용하는 이른바 ‘국제비용’. 행사 유치 당시에는 300만 유로를 주기로 했다가 세계적인 경제위기와 신종 인플루엔자 등으로 참가팀이 대폭 줄어들면서 20만 유로를 깎은 것.

대행사(PCO)에 지급한 돈이 20억3000만 원이고 운영비, 광고비, 시상금 등으로 지금까지 총 80억 원을 썼다. 잔금은 10억 원 정도. 경남도 관계자는 “인터쿨투르재단에 지불한 돈은 준비금 성격이어서 돌려받기는 어렵다”며 “정확한 지출 명세는 17일경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 책임론 대두

“비슷한 행사인 ‘제주국제합창제’가 매년 7월 열리는 사실을 알고 있는 경남도가 WCC 코리아를 무리하게 유치해 생긴 일이다.” 경남 진주의 한 예술인은 14일 “예산 낭비도 그렇지만 목적도 뚜렷하지 않은 일회성 행사를 강행한 경남도 관계자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WCC 코리아는 출발부터 무리가 있었다는 지적. 경남도는 2년 주기로 열리는 합창대회인 ‘2010 월드콰이어게임’을 유치하려다 중국과의 경합에서 밀리자 인터쿨투르재단과 협의해 WCC 코리아라는 모호한 이름의 새로운 행사를 만들었다. 경남도는 “세계 80개국, 400개팀, 2만여 명이 참가하고 100만 명 이상의 관광객 유치를 통해 300억 원의 수익을 낼 것”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국내 98개팀, 해외 66개팀 등 164개팀만이 참가신청을 했고, 그나마 ‘반쪽 행사’로 끝났다. 대회조직위원회 관계자는 “평화와 화합의 합창제전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행사가 중단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 서둘러 출국

이번 대회 참가자 가운데 신종 인플루엔자 확진자는 14일 오전까지 44명. 41명은 인도네시아에서 입국한 합창단원이며 3명은 국내 자원봉사자다. 이들 외에 신종 인플루엔자 증세를 신고한 인도네시아 단원과 자원봉사자 등 16명에 대한 검사가 진행 중이어서 확진자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전반부 행사에 참가했던 외국인 합창단 38개팀 1435명 중 24개팀 929명이 14일까지 출국했다. 나머지는 18일까지 출국할 예정. 신종 인플루엔자 확진자가 나왔거나 이들과 접촉한 것으로 드러난 6개팀 248명은 병원에서 치료 중이거나 격리돼 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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