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때문에 죽다가…中 덕분에 살았네

  • 입력 2009년 7월 15일 03시 08분


인사이트 펀드
침체 중국 경제 빠른 회복에 편승
적립식 수익률 ―34%에서 +2%로
“분산전략 폈더라면 더 좋았을 것”
특정지역 ‘몰빵 전략’ 여전히 논란

‘중국 때문에 죽어가다 중국 덕분에 살아난다.’

요즘 자산운용업계에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인사이트 펀드’의 상황을 이렇게 표현한다. 주로 중국을 중심으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에 자산 대부분을 투자해온 이 펀드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흥국 경제가 뿌리째 흔들리면서 수익률이 급락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중국 경제가 선진국들에 비해 빠른 속도로 회복하면서 이 펀드의 수익률도 급속도로 호전되고 있다. 14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따르면 설정 당일부터 인사이트 펀드에 매달 적립식으로 일정액을 투자했다면 이달 9일 기준으로 1.9%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34.2%)에 비하면 엄청난 속도의 회복세다.

○ ‘중국 올인’ 전략 고집스럽게 고수

인사이트 펀드는 글로벌 증시의 꼭짓점 때 설정된 ‘비운(悲運)의 펀드’다. 2007년 10월 말 미래에셋이 “특정 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수익이 되는 곳을 어디든지 찾겠다”는 전략으로 출시해 설정 이후 한 달간 약 4조 원의 시중자금을 끌어 모았다. 국내 대표 운용사의 대표 펀드라는 점에 솔깃한 투자자들은 은행 창구에서 몇 시간씩 줄을 서가며 뭉칫돈을 맡겼다.

그러나 지난해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중국, 홍콩 등 중화권 증시가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출시 1년 만에 반 토막이 났다.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졌고, 중국에 투자 자산의 60∼80%를 ‘몰빵’하는 이 펀드의 투자 기법이 도마에 올랐다.

미래에셋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지만 투자 전략을 수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지난해 4분기엔 중국 투자 비중을 76.5%로 높였고 올해 1분기에도 이 비중을 70% 수준으로 유지했다. 미래에셋 이헌복 글로벌자산배분본부장은 “중국은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0% 정도를 확보하고 있는 등 금융위기 국면에서 세계 경제권 중 가장 자생력이 높다고 판단해 집중 투자 전략을 계속 유지했다”고 말했다.

실제 미래에셋의 예측대로 올해 중국 경제는 미국 일본 등 선진국 경제보다 빠르게 살아났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증시가 경기회복 지연에 대한 우려로 연초보다 오히려 하락하는 동안 이 펀드가 주로 투자하는 홍콩H지수는 13일 기준으로 30.3%나 올랐다. 당연히 펀드의 수익률도 다른 해외펀드에 비해 회복이 빨랐다. ‘중국 경제에 너무 많이 의존해 손해가 커졌다’ ‘중국 외에는 투자전략이 없느냐’며 항의하던 투자자들의 불만도 자연스레 수그러들었다.



○ 거치식 수익률은 여전히 ―30%대

그러나 인사이트 펀드가 극복해야 할 문제는 여전히 많다. 플러스로 돌아선 적립식과 달리 이 펀드의 거치식 수익률은 아직도 회복이 매우 더디다. 설정 이후 이 펀드에 거치식으로 투자한 경우 9일 기준 수익률은 ―36.5%. 홍콩H 등 신흥시장 지수가 상승하면서 올해 들어 펀드 수익률이 꾸준한 회복 추세를 보였지만 글로벌 증시가 ‘게걸음’ 장세를 보이면서 최근엔 수익률이 다시 낮아졌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인사이트 펀드 계좌 33만9783개 중 거치식은 20만1816개(59.4%)로 적립식 13만7967개(40.6%)보다 6만 개 이상 많다.

중장기적으로 수익률 조정을 겪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김대열 펀드리서치팀장은 “3분기까지는 글로벌 차원의 주식시장 상승 속에 특히 중국 시장의 상승 속도가 빠를 것으로 보여 인사이트 펀드도 수익률이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올해 4분기나 내년 초에는 증시가 다시 한 번 조정기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을 안정지향형 투자자들은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률을 빠르게 회복시킨 점에 대해선 높은 점수를 줄 수 있지만 전반적인 펀드 운용 전략을 문제 삼는 시각도 여전하다. 한 증권사의 펀드 애널리스트는 “인사이트 펀드는 자산배분 펀드임에도 사실상 중국 주식에만 투자해 왔다”며 “처음부터 채권 비중을 높이는 등 좀 더 적극적인 자산배분 전략을 취했으면 지금보다 수익률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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