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생들 새 인생의 희망설계 도와야죠”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소년원 출신 기업가’ 김인배 구룡종합건설 대표(왼쪽)가 14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교(서울소년원)에서 박주석 대일건축토목학원장과 함께 소년원생들에게 측량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측량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의왕=김인정 대학생 인턴 기자 연세대 영문과 4학년
‘소년원 출신 기업가’ 김인배 구룡종합건설 대표(왼쪽)가 14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고교(서울소년원)에서 박주석 대일건축토목학원장과 함께 소년원생들에게 측량 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해 자신의 이름을 딴 측량 교육과정을 만들었다. 의왕=김인정 대학생 인턴 기자 연세대 영문과 4학년
소년원 출신 기업가 김인배 대표 직업훈련 후원
1999년부터 강연 활동
꿈 잃지 않도록 격려하며
기자재-강의료 등 지원도

“광파측정기에 눈을 대고 서서히 초점을 맞춰 보세요. 꽃이 또렷하게 보이죠? 측정 거리는 30m입니다.”

14일 오전 11시 경기 의왕시 고천동 고봉중고교(서울소년원)의 한 교실. 박주석 대일건축토목학원장이 학생(소년원생) 11명을 대상으로 측량 교육과정인 ‘김인배 교실’의 첫 강의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5개월간 매주 4회 3시간씩 사진 측량, 지형 측량 등 다양한 측량 기술을 배우게 된다. 이들이 11월 측량기능사 자격증을 따면 학교 측은 적극적으로 취업을 도울 계획이다. 박 원장은 “현재 건축현장에서 측량기술자가 크게 부족해 학생들이 자격증만 따면 안정된 직업을 얻어 새로운 인생으로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국 9개 소년원에는 제과·제빵, 헤어디자인, 자동차정비 등의 직업훈련과정이 개설돼 있지만 측량기술을 가르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과정은 소년원 출신 기업인인 김인배 구룡종합건설 대표(45)의 후원으로 만들어졌다. 김 대표는 최근 기자재 설비비와 강의료 등 700만 원을 후원했고, 앞으로 매년 일정액의 후원금을 전달할 계획이다.

가난한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김 대표는 초등학교만 마친 뒤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다 12세 때 절도죄로 구속됐다. 춘천소년원에서 1년 4개월을 지낸 그는 7년 뒤 다시 폭행죄로 충주소년원에서 1년 10개월을 보냈다. 그가 새 삶을 찾은 것은 충주소년원에서 은사(恩師) 김동우 씨(60)의 가르침을 받게 되면서부터다. 김 씨는 그에게 “아직도 늦지 않았으니 최선을 다해 살라”며 따뜻하게 감싸줬고 김 대표는 하루에 한 권씩 매일 책을 읽으며 희망을 키워 나갔다.

21세 때 소년원을 나온 그는 연탄 배달과 택시 운전을 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틈나는 대로 공부하며 고입 대입 검정고시에도 합격했고, 강원대 토목공학과와 대학원을 졸업해 석사학위까지 땄다. 30세에 자본금 4000만 원으로 세운 건설회사는 이제 연간 1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성장했다.

그가 과거를 숨기지 않고 다시 소년원으로 눈을 돌린 것도 은사의 가르침을 따른 것이다. 소년원을 나온 뒤에도 김 대표와 계속 연락을 주고받았던 김 씨는 “소년원 출신인 네가 원생들에게 희망을 줘야 한다”며 소년원생을 대상으로 강연을 하라고 권유했다.

김 대표는 1999년부터 법무부 소년보호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매월 한두 차례 소년원 등을 찾아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고 있다. 또 소년원에 체육용품이나 컴퓨터를 기증하고 다양한 교육활동을 지원해 왔다. 김 대표는 “대부분 어려운 환경 속에서 자란 소년원생들이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도록 돕기 위해 이 과정을 개설했다”며 “자격증을 취득한 학생 일부는 우리 회사가 채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이 과정을 6개월간 시범 운영한 뒤 성과를 평가해 내년부터 전국의 소년원에 측량 교육과정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의왕=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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