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차장 ‘수뇌부 동시 공백’ … 검찰, 초유의 사태에 허탈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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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사의를 밝힌 14일 밤늦게까지 대검찰청에 불이 켜져 있다. 천 후보자가 지명된 지 20여 일 만에 사퇴하면서 새 후보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사의를 밝힌 14일 밤늦게까지 대검찰청에 불이 켜져 있다. 천 후보자가 지명된 지 20여 일 만에 사퇴하면서 새 후보자가 누가 될 것인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박영대 기자
고위간부 12명 공석… 검찰 조직 큰 상처

김경한 법무 “조직 동요말라” 특별지시

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가 14일 오후 전격 사퇴했다는 소식에 검찰과 법무부는 폭격이라도 맞은 듯 망연자실한 분위기였다. 천 후보자의 의혹 해소를 위해 동분서주했던 법무부와 대검찰청, 서울중앙지검 간부들은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허탈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서도 일선 검사들은 천 후보자가 조직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한 만큼 국민의 신뢰를 받는 새 총장이 임명돼 조직이 빨리 안정을 되찾기를 바란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검찰과 법무부 간부들은 탄식과 안타까움을 쏟아냈다. 수도권 지검의 한 고위 간부는 “검찰이 국민에게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스럽고 부끄럽다. 달리 드릴 말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어려움에 봉착한 검찰을 잘 추슬러야 하는 총장 후보자가 중도하차해 가슴 아프기 그지없다”고 아쉬워했다.

천 후보자의 사퇴는 당연한 귀결이며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을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강경한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그동안 천 후보자가 검찰을 지휘할만한 도덕적 자질이 있는지 마음을 졸인 검사가 얼마나 많았는지 아느냐”며 “누가 천 후보자를 강하게 추천했는지, 인사검증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등을 규명해 관련자를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천 후보자의 지명과 낙마로 인해 결과적으로 애꿎은 검찰 조직만 뒤흔들어 놓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천 후보자가 검찰총장으로 지명되면서 검찰에서는 천 후보자의 선배 및 동기 등 고검장급 8명과 검사장급 3명 등 11명의 간부가 한꺼번에 사퇴했다. 천 후보자까지 합치면 모두 12명이 물러난 셈. 그러나 새 검찰총장 후보자가 지명되더라도 이미 물러난 검찰 간부들이 다시 검찰로 돌아오기는 불가능하다. 한 검찰 관계자는 “검찰 내의 세대교체도 중요하겠지만, 유능한 간부가 너무 많이 한꺼번에 물러났다”고 말했다.

이 정도 선에서 천 후보자가 결단을 내려준 것이 검찰 전체에는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재경지검의 한 검사장급 간부는 “만약 천 후보자가 더 버텼다면 본인은 물론이고 검찰조직이 모두 큰 망신을 당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선 검사들은 천 후보자 문제가 일단락된 만큼 이제는 검찰조직의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수도권 지청의 한 평검사는 “검찰이 법치주의 확립과 인권보호라는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수 있도록 이제는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 총장에 임명돼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가 크게 술렁이자 김경한 법무부 장관은 14일 오후 10시 40분경 ‘검찰 수뇌부 공백과 관련한 특별지시’를 통해 “각 검찰청의 직무대행자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해 검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만전을 기해달라”면서 “현재의 인사공백 최소화를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이날 밤늦게까지 전국의 일선 검사장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조직이 동요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각별히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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