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잠재성장률 3%대로 추락”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경제硏 잇단 경고… “투자 줄어 1%P가량 떨어져”

실업문제 고착화 우려… 전문가 “규제 더 풀어야”

기업 투자 부진으로 연간 잠재성장률이 4%대 초반에서 3%대로 떨어졌다는 분석이 각 경제연구소에서 제기되고 있다. 1998년 외환위기로 당시 6%대였던 잠재성장률이 2%포인트 가량 낮아진 데 이어 작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더 떨어진 것이다.

14일 각 경제연구소와 한국은행,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 추정치는 종전 4.9%에서 최근 3%대로 떨어졌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이 빠른 속도로 퇴화하면 경제위기가 끝나더라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회복이 어려워진다.

○ 투자 줄어 성장 여력 위축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6년, 미래전략 구상을 위해 결성된 정부 및 민간 합동작업단은 2006∼2010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종전(4.4%)보다 0.5%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봤다. 정부도 최근까지 이 수치를 비공식적인 추정치로 간주해왔다.

하지만 삼성경제연구소는 14일 잠재성장률이 지난해 이미 3.9%로 하락한 뒤 올해는 3.7%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잠재성장률이 3%대로 하락했을 뿐 아니라 내년에는 2%대까지 곤두박질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2005년 보고서에서 2005∼2014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4.6%로 추정했던 한은은 공식 언급은 자제한 채 “4%대 밑으로 떨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기업 투자 위축 △취업자 감소 △생산성 저하 등의 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다. 이 가운데 금융위기 때문에 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줄어든 점이 성장률 하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5월 기준 설비투자 증가율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13.1% 줄어드는 등 기업들의 설비투자 규모는 작년 10월 이후 8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 실업난 더 심해질 우려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실업자가 늘어나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임시직과 일용직을 중심으로 단기적인 실업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성장능력까지 고갈되면 실업난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추세로 고착화된다.

실제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3.0% 수준이던 실업률은 실물경제가 급속히 위축되면서 올해 2월부터는 3.8∼4.0% 수준까지 치솟았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경제위기라는 경기변동적 요인 때문에 실업률이 상승하는 국면”이라며 “투자 부진이 지속되면 잠재성장률 자체가 떨어져 경제위기를 극복한다 해도 고용사정이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잠재성장률 하락은 ‘질 좋은 일자리’의 감소를 가져온다. 일시적 위기에 따른 실업은 여성과 청년층, 임시직, 일용직 등에서 많이 생기지만 잠재성장률이 떨어지면 산업구조 자체가 바뀌는 탓에 정규직도 큰 타격을 받는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잠재성장률을 높이려면 규제를 풀어 투자를 유도하고 복지를 개선하는 등 기본에 충실한 정책을 펴야 한다”며 “잠재성장률의 회복은 금융위기 극복보다 훨씬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제”라고 말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잠재성장률

한 나라의 노동과 자본 등 동원 가능한 생산요소를 모두 투입해 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 없이 최대로 이뤄낼 수 있는 성장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