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낌없이 주는만큼 요구한다”오바마,4대외교연설 키워드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오바마 헤딩 묘기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프로축구(MLS) 지난 시즌 우승팀인 콜럼버스 크루를 백악관에 초대해 만난 뒤 선물로 받은 축구공을 머리로 치면서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오바마 헤딩 묘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3일 미국프로축구(MLS) 지난 시즌 우승팀인 콜럼버스 크루를 백악관에 초대해 만난 뒤 선물로 받은 축구공을 머리로 치면서 집무실로 돌아가고 있다.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20일로 취임 6개월을 맞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그동안 해외 순방지에서 4차례에 걸쳐 '기획 연설'을 했다.

체코 프라하 '지구촌 비핵화 비전' 연설(4월 5일), 이집트 카이로 '이슬람과의 화해' 연설(6월 4일), 러시아 모스크바 '미-러 관계 새 출발(reset)' 연설(7월 7일), 그리고 11일 가나 수도 아크라에서 행한 '아프리카의 미래' 연설 등이 백악관이 오바마 시대 외교정책의 뼈대를 제시한 것으로 꼽는 주요 연설이다.

주제는 모두 달랐지만 그 속에는 "미국은 달라질 것이며 아낌없이 도울 것이다. 하지만 당신들도 책임을 확실히 이행하고 미국이 요구하는 걸 받아들이라"라는 공통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가나에서 "미국은 항상 아프리카의 동반자로, 친구로 함께 할 것"이라고 약속하는 동시에 아프리카의 쿠데타, 공직자 부패 등을 질타했다. 그러면서 "서구인들이 과거 저질렀던 죄에도 불구하고 지난 수십년간 아프리카 경제의 파괴, 어린이들까지 전장으로 끌고 들어가는 전쟁에 서방국들이 책임이 있는건 아니다. 아프리카의 미래는 아프리카인들에게 달렸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신 전 이디오피아 주재 미국 대사는 "아프리카인들에게 외부세계 탓을 하며 불평하는 대신 스스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가나 민주통치연구소의 에마누엘 아퀘테이 소장은 AFP통신에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인들의 자결(自決) 원칙을 강조했다"며 "저개발의 책임을 식민주의의 탓으로 돌리기 보다 스스로의 책임을 인정하도록 촉구함으로써 아프리카에 과제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모스크바에선 미-러 관계 리셋이라는 '비둘기'를 날리는 동시에 러시아에게 그루지야와 우크라이나 등 옛 소련 위성국가들의 주권을 존중하고, 민주주의를 확립하라고 촉구했다. 카이로에선 "이슬람은 언제나 미국의 일부였다"고 하면서도 중동 국가들에 이스라엘을 확실하게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과거 빌 클린턴 대통령의 해외 연설이 상대국을 향한 '아첨성' 찬사 위주였고,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연설은 (불량국가, 테러지원국가 등에 대한) 비판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던 것과 비교해 대조된다고 해석했다.

어루만져주는 동시에 당사자의 책임을 강조하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가치관, 철학을 반영한다. 그는 미국 내 흑인사회 빈곤의 악순환에 대해 말할 때에도 '흑인 가장(家長)들의 책임감 결핍'을 강하게 질타해 왔다. 개인에게 책임을 돌리는 보수적 접근과 매사를 구조와 외부환경의 탓으로 돌리는 좌파적 접근 모두를 경계하는 것이다.

핵비확산, 제3세계 빈곤과 저개발 등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미국의 적극적 역할과 더불어 자결(自決) 정신에 바탕한 이해당사국들의 적극적 참여를 촉구하는게 '오바마 스타일'인 것이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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