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무 감독 “아내는 가장 든든한 후원군”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잉꼬부부’로 소문난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오른쪽) 부부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자택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잉꼬부부’로 소문난 허정무 축구 대표팀 감독(오른쪽) 부부가 서울 서초구 반포동 서래마을 자택에서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아내 자랑을 하면 팔불출이라고 놀림을 당하기 십상이다. 허정무 축구대표팀 감독(54)은 부인 최미나 씨(55) 얘기만 나오면 잠시도 입을 가만두지 못한다.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허 감독을 만나 ‘고문’을 받았다.

“아내는 가장 든든한 후원군이죠. 제가 어려울 때마다 항상 옆을 지켜줬어요. 그저 말없이 제 옆을 지켜주지만 그것 하나로 큰 힘이 됐습니다.”

4월 1일 북한과의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때 일이다. 허 감독은 꼭 이겨야 하는 상황이었다. 대표팀을 맡은 뒤 북한과 4연속 무승부를 해 주위에서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최 씨는 북한과의 경기 다음 날 목 디스크 수술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허 감독에게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병원에서 한 달 전부터 입원 치료를 권했지만 “남편이 맘 편히 경기에 임해야 한다”며 미뤄왔다. 결국 허 감독이 북한을 1-0으로 꺾은 뒤에야 “여보, 나 내일 수술해”라고 말했다.

“솔직히 너무 미안했어요. 그리고 감사했죠. 평소 가정에 신경 쓰긴 했지만 대표팀 감독이라는 핑계로 아내에게는 너무 무심했어요. 그래서 수술하는 날 하루 종일 병원을 지켰습니다. 처음에는 제게 아무런 얘기도 해주지 않은 아내가 얄미웠지만 그런 아내가 있어서 대표팀이 7회 연속 본선 진출을 이뤘다고 생각합니다.”

허 감독은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을 강조한다. 1991년 포항 스틸러스 사령탑을 맡을 때부터 그랬다. 코칭스태프 가족을 불러 파티를 자주 했다. “집안이 편해야 밖에서도 일이 잘된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허 감독은 요즘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가족 동반 모임을 자주 갖는다. 이 자리엔 부인 최 씨는 물론 맏딸 재영과 사위, 그리고 둘째딸 은까지 참석시킨다. 허 감독은 지난달 말 남아공 현지답사 때도 최 씨와 함께했다. 아내와 함께 있어야 맘 편히 월드컵을 구상할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잘하면 칭찬하고 못하면 바로 비난이 쏟아지는 대표팀 감독은 외로운 직업입니다. 아내가 저를 이해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하니 일이 잘 풀렸습니다. 내년 월드컵 때도 아내의 내조가 절실하죠.”

1980년 최 씨와 결혼한 허 감독은 한때 보증을 잘못 서 가계가 휘청거리기도 했지만 아내와 함께 이를 잘 극복했다. 18일 결혼 29주년을 맞는 허 감독. “특별한 선물을 하고 싶은데…”라며 활짝 웃는 그에게서 따뜻한 아내 사랑이 느껴졌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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