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권순활]빈곤과 분배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우리나라는 본격적인 경제개발을 시작한 1960년대 초반부터 약 30년간 연평균 8% 이상의 고도성장을 했다. 경제와 기업이 커지고 질 좋은 일자리가 늘어나면서 국민의 생활수준도 빠르게 향상됐다. 세계은행은 고도성장과 분배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모범 국가로 한국을 꼽는다. 성장의 과실이 ‘재벌’에만 돌아갔다고 주장하면서 의미를 깎아내리는 국내 일부 세력의 주장에 동조하는 외국 연구기관이나 학자는 찾기 힘들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000년대 들어 한국의 도시가구 상대빈곤율이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보다 훨씬 가파르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한국의 빈곤율은 14.3%로 16년 전인 1992년(7.7%)의 두 배에 육박했다. 최근 10여 년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의 평균 빈곤율은 0.6%포인트 높아졌지만 한국은 4∼5%포인트 상승했다. 우리는 권위주의적 정부 때 크게 늘어난 경제적 중산층이 제도적 민주화가 이뤄진 뒤 오히려 줄어드는 딜레마에 봉착해 있다.

▷빈곤층이 급증한 결정적 원인은 한국경제가 ‘저(低)성장·저투자의 늪’에 빠진 탓이다. 평등과 균형의 논리가 기승을 부리면서 기업들이 국내 투자를 꺼리게 됐고 이는 성장률 추락, 우량 일자리 감소, 중산층의 빈곤화로 이어졌다. 성장의 혜택이 저소득층에 충분히 돌아가지 못했다는 것은 부차적 변수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3%대로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오니 앞으로도 걱정이다. 존 F 케네디 전 미국 대통령은 “밀물 때는 모든 배가 함께 떠오른다”는 비유로 성장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저소득층 감소와 분배 개선을 위한 정책적, 정치적 배려는 필요하다. 하지만 있는 사람 것을 빼앗아 없는 사람에게 나눠준다는 식의 포퓰리즘적 발상은 문제를 더 악화시킨다. ‘궁핍의 터널’로 들어가는 사람을 줄이는 최선의 해법은 기업의 사기를 북돋우고 경제의 성장엔진에 불을 붙여 고급 일자리를 하나라도 더 만들어내는 것이다. 좌승희 경기개발연구원장은 “일부 야당이나 좌파세력이 ‘MB 악법’으로 몰아붙이는 미디어관계법이나 금산분리 완화법처럼 기업의 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는 정책을 더 많이 내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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