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분야 5년간 키워드 분석해보니…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 한국연구재단 사회과학분야 연구과제 5년간 키워드 분석해보니…

이념-정치 갈등 해소 ‘사회통합’ 화두로

‘사회통합, 시민사회, 거버넌스….’

사회과학자들이 최근 5년간 관심을 둔 주제어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해주는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원동규 박사팀이 2004∼2008년 한국연구재단(옛 한국학술진흥재단)에 제출된 사회과학 분야 4616개 과제의 키워드를 분석한 ‘사회과학분야 학술연구 지식지도(Knowledge map)’ 보고서다. 사회학, 정치외교학, 신문방송학, 인류학 등 20개 분야로 나눠 진행한 이번 조사는 최신 연구 동향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일면을 보여준다. 사회과학자들은 전반적으로 사회갈등과 통합, 성숙한 시민사회와 시민의 능동적 참여에 관심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분야별로 세계화와 관련된 연구도 많았다.

○ 사회통합이 화두로 떠올라

사회 현상을 가장 직접적으로 다루는 사회학 분야의 상위 키워드는 세계화, 사회운동, 참여, 사회통합 등으로 나타났다. ‘‘갈등의 제도화’를 통한 한국의 사회통합(홍익표, 경남대)’ 등이다. ‘사회통합’이 주요 순위를 차지한 것은 지난 10여 년 동안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갈등 양상과 관련이 깊은 것으로 보인다. 김환석 국민대 교수는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이념적으로나 정치적으로 갈등을 경험하는 상황이 학문에 반영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대엽 고려대 교수는 “사회갈등은 지난 정부뿐만 아니라 현 정부에서도 계속 진행 중”이라며 “‘사회통합’은 앞으로도 주요 연구과제로 선정될 ‘현재진행형’의 주제어”라고 말했다.

사회학 분야의 또 다른 관심은 ‘사회운동’. 조 교수는 민주화운동 이후 한국사회의 사회운동이 미국 유럽과 같이 환경운동이나 여성운동, 반핵평화운동으로 세분되고 있는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최근에는 수평적인 인적 네트워크를 분석하는 데 관심이 많아지고 있어 소통과 사회통합 등이 키워드로 계속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성숙한 시민사회 논의 많고 온라인 대항문화도 부각

○ 거버넌스와 인간 안보에 대한 관심

정치외교학 분야에서는 시민사회, 세계화, 민주주의, 중국, 동아시아, 자유주의, 거버넌스 등이 키워드로 조사됐다. ‘사회자본과 거버넌스: 참여와 신뢰가 거버넌스에 미치는 영향(박희봉, 중앙대)’ 등 여러 논문이 발표됐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지금까지 국가의 틀 안에 있는 민주주의를 주로 논의해 왔다면 최근에는 세계화의 영향으로 국가보다는 시민사회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고 있는 것을 키워드가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자유주의가 정치외교학 분야의 10대 키워드에 오른 것은 자유주의의 한계를 시민사회의 참여로 극복하고자 하는 공동체주의 등에 대한 연구가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그는 해석했다.

시민사회는 거버넌스와도 관련이 깊다. 최병대 한양대 교수는 “거버넌스(Governance)는 과거의 정부(Government)가 아닌, 시민사회와 시장 등 다원화된 사회의 여러 구성원을 네트워크 안에 끌어들이는 시스템을 의미한다”며 “거버넌스의 부각은 정부 운용의 패러다임 변화를 반영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행정학 분야에서도 거버넌스가 10대 키워드에 올랐다.

인간 안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인간 안보는 국가 안보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개인의 안전에 직결되는 지구온난화, 기아, 인권, 난민, 신종 인플루엔자, 테러 등의 문제를 다루는 분야다.

사회운동 - 세계화 - 참여 등 ‘한국의 미래’ 조망에 관심

○ 온라인상의 대항문화 연구

신문방송학에서는 아비튀스(habitus), 매체연구, 문화연구, 부르디외 등이 상위 키워드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5년간 지배구조에 반기를 드는 대항문화를 인터넷 공간에서 찾으려는 문화연구가 대거 진행된 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 황근 선문대 교수의 분석이다.

아비튀스는 프랑스의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가 제창한 개념으로 무의식 속에서 일정하게 구조화된 개인의 성향체계를 말한다. 황 교수는 “상위 키워드 모두 이른바 인터넷 공간상에서 만들어지는 대항문화와 관련이 깊은 것”이라며 “포털사이트 ‘다음’의 아고라가 대표적인 사례”라고 말했다.

인류학 분야에서는 세계화의 여파에 대한 연구가 두드러졌다. 이 분야의 10대 키워드는 전 지구화, 정체성, 무슬림, 이슬람 등. 아랍권에 대한 연구, 전지구화와 그에 따른 정체성의 규명 등이 주요 테마였다. 연구팀은 사회과학과 인접 학문의 연계 정도도 분석했다. 원 박사는 “사회과학 분야 가운데 교육학 지역학 사회학 경영학 사회복지학 등은 타 분야인 심리학 역사학 생활과학 문화 등과 연결 강도가 높았다”며 “앞으로 이 분야에서 새 융합학문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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