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여홍구]용산공원을 서울의 ‘숨쉬는 여백’으로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미국 뉴욕 맨해튼에는 거리의 회색빛 빌딩 속을 걷다 꽉 막힌 도시의 번잡함에 지쳐갈 즈음 도시민과 이방인을 맞이해주는 도시 속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 있다. 센트럴파크다. 매년 2500만 명 이상이 찾는 공원이다. 계획된 도시공원의 걸작이라 할 만하다. 런던에는 하이드파크, 파리에는 라빌레트, 베를린에는 티어가르텐 등 선진국은 자국을 대표하는 공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의 수도 서울에서도 머지않은 미래에 이들과 견줄 만한 도시공원을 보게 될 듯하다. 서울의 중심에 위치하고, 남북 녹지축과 한강 수경축의 교차점인 용산 지역에 조성될 용산공원이 바로 그것이다.

19세기 이후 조성된 도시공원은 본래 급속한 산업화에 따른 열악한 도시민의 정주여건과 공공위생을 개선하기 위해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가난을 벗어나는 데만도 벅찼던 지난 시절에는 도시 속에 공원을 조성하는 작업은 힘든 일이었다. 이제 우리나라도 경제적이고 물리적인 발전만을 생각하는 단계에서 벗어나게 됐고, 삶의 질과 성장이 함께 가야 한다는 녹색성장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이런 시점에서 수도 서울에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공원의 조성은 당연한 귀결이라 하겠다. 그 장소가 일제침략과 6·25전쟁의 아픔을 간직한 용산 미군기지이기에 슬픔과 냉전의 공간을 희망과 평화의 공간인 공원으로 승화시킨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과 공원화 결정에는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1980년대 후반부터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 논의를 시작해 1990년에는 한미 간 양해각서까지 체결했으나 이전비용문제로 표류하다가 2004년 이전협약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비로소 마무리됐다. 반환용지의 활용방안에 대해서도 상업개발 임대주택건설 공원조성 등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으나 수많은 논의를 거쳐 2007년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이 제정되면서 일단락됐다.

용산 공원의 조성을 위해서는 아직도 해결할 숙제가 많다. 우선 용산 미군기지를 경기 평택으로 원만하게 이전해야 하고, 환경오염 문제도 원활하게 해결해야 한다. 무엇보다 분명한 점은 국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소중한 땅을 공원으로 조성하는 만큼 국민의 기대에 걸맞은 매력 있고 다시 찾고 싶은 공원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몇몇 사람의 생각에만 기대어 단순히 나무를 심고 잔디를 깔고 호수를 만든다고 해서 지친 몸과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명품공원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도시공원은 도시와 소통해야 하며, 시민에게 열려 있어야 한다. 큰맘 먹고 한번 가보는 곳이 아니라 내 집의 앞마당과 같이 편안한 마음으로 드나들 수 있고, 이웃과 함께 어울릴 문화와 여가의 마당이 돼야 한다. 도시 속의 편안한 휴식공간이면서 흙의 포근함, 신록의 푸름, 바람의 시원함을 느끼는 곳이어야 한다. 점심시간에 잠시 직장동료와 들러 이야기를 나누며 업무에 찌들었던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고, 도시의 건조한 단조로움에서 잠시 벗어나게 해주는, 도시라는 빽빽한 풍경화의 숨 쉬는 여백이 돼야 한다는 말이다.

아울러 용산이라는 지역의 특수성도 담을 수 있어야 한다. 용산은 13세기에는 몽골군이, 임진왜란 때에는 왜군이 주둔했고, 이후 청나라와 일본군을 거쳐 미군이 주둔한 땅이다. 용산공원은 이런 역사성을 되새겨 볼 수 있는 공원이어야 한다. 지난달 24일 ‘용산공원 아이디어 공모’는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각계의 지혜를 모아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용산공원을 만들어 가는 여정에서 이번 공모가 국민 화합과 민주적 의사결정의 큰 잔치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희망과 평화의 공간 용산, 그곳에서 온 국토에 녹색희망을 펌프질 하는 녹색심장으로 국민과 함께 숨 쉬며 신선한 공기로 도시를 자유롭게 하는 공원이 되길 기대해 본다.

여홍구 한양대 부총장 용산공원조성추진 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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