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정봉채]교통안전, 사고정보 관리부터

  • 입력 2009년 7월 15일 02시 59분


말이 많았던 교통사고 통계에 대한 불신과 쉽지 않았던 접근이 불식됐다. 경찰, 손해보험사, 공제조합 등 기관마다 따로 관리하여 일반 국민의 접근이 자유롭지 못했던 교통사고 정보를 통합한 교통안전정보관리체계가 구축돼 인터넷에 공개될 예정이다. 도로교통법 제54조 제2항의 ‘교통사고 발생 신고의무는 경찰관의 조직적 조치가 필요한 때에만 해당된다’는 1991년도 대법원의 판결 이후 경찰에 신고되지 않았던 교통사고도 드디어 모습을 드러냈다.

부처 간 중복투자를 방지하고 교통사고 정보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감사원의 업무조정과 관련법령에 의해 지난해부터 도로교통공단에서 교통안전정보관리체계를 구축했다. 지난해의 경우 83만여 건의 사고로 5870명이 사망했고 121만5243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1일 평균 2286건의 사고로 3346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40초마다 한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해 1.5명이 죽거나 다친 셈이다. 경찰의 통계와 비교하면 사망자 수는 같지만 발생 건수와 부상자 수는 무려 4배 정도 많았다.

합리적인 교통안전정책을 수립하는 데는 정확한 교통사고 정보가 기본요소인데도 그동안 우리는 과소 집계된 교통사고 통계를 기준으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교통안전기본계획을 수립하고 교통안전사업을 시행했다. 새로 구축한 교통안전정보관리체계는 국가 및 지역 교통안전계획 수립, 교통사고 원인 조사, 교통안전 점검 및 진단,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자전거 교통안전대책 등 국가 전략적 교통안전 사업과 교통안전 교육, 교통안전 연구 및 홍보의 기반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정보의 신뢰성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향상시켜야 한다. 교통사고 정보의 기초 자료가 되는 기관별 원천 수집 데이터의 충실도가 교통사고 정보의 신뢰도를 좌우할 것이다. 관련기관은 우리나라에 절실한 국가 통계 작성으로 교통안전선진국 건설에 동참한다는 사명감으로 충실한 자료 제공에 인색하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통계분석센터(NCSA)나 일본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ITARDA)처럼 사망사고나 중대 교통사고에 대해서는 현장을 잘 설명할 수 있는 전문가의 심층조사 시스템도 갖춰야 한다.

또한 교통사고 정보는 지금보다 더 생동적이어야 한다. 지금처럼 연 단위로 관리하는 교통사고 정보는 현실감이 떨어져 정보로서 가치가 상실되거나 절하될 수가 있다. 최근 열린 도로교통사고정보 정책세미나에서 여러 전문가가 제안했듯이 교통사고 정보는 분기·월·일 단위로, 더 나아가 실시간으로 제공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통사고 정보의 활용이 대중화돼야 한다. 일반 국민이 내가 사는 곳이나 여행갈 곳 등 관심 지역과 출퇴근 경로 등 통행 노선에 대한 교통사고 정보 확인을 생활화한다면 교통안전 의식이 향상되고 안전운전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통사고 정보를 일반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편리하게 활용하도록 접근성을 향상해야 하며 콘텐츠 개발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우리나라 교통안전정책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온 교통안전정보관리체계가 굳건하게 자리 잡고 발전한다면 지금 정부가 범국가적으로 추진하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프로젝트의 성공을 가져올 것이다. 이젠 교통안전에 관한 한 후진국 수준에서 벗어나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나라, 교통안전선진국으로 진입하는 일도 결코 멀지만 않은 것 같다.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고 정부가 교통안전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국민이 법규 준수와 안전운전을 생활화할 시점이다.

정봉채 도로교통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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