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거 어디서 만든거야?” 국산게임 해외서 활짝

  • 입력 2009년 7월 14일 21시 17분


“두드리니 열리더라” 국내 빅3 수출 1년새 229% 늘어

"오랫동안 두드린 문이 열린다."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한국 게임업계의 해외 진출을 일컫는 증권가의 표현이다. 예전에도 국내 게임업체의 해외수출은 적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그 양과 질에서 예전과 다른 변화가 느껴진다는 것이다.

국내 최대의 게임업체 엔씨소프트는 21일부터 대만에서 온라인게임 '아이온'을 유료로 서비스한다고 14일 밝혔다. 이 게임은 대만에서 유료서비스에 앞선 시범서비스 기간 3일 동안에만 10만 명이 동시 접속하고, 60만 명이 신규로 가입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이외에도 네오위즈게임즈와 CJ인터넷 등 국내 대형 게임업체들의 해외 매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현대증권에 따르면 올해 이 3개 업체의 해외수출액만 지난해보다 229% 늘어난 1859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준비된 기회

이처럼 한국 게임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세계적인 경기 침체다. 불황의 여파로 소비자들이 엔터테인먼트 관련 지출을 크게 줄이면서 월 2만~3만 원 수준에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의 매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게임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있는 '콘솔(비디오게임기) 게임'이 주를 이루는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도 한국 온라인 게임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 콘솔 게임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별도의 게임기를 구입해야 하지만 온라인 게임은 개인용 컴퓨터(PC)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또 한국 업체들은 그동안 여러 차례의 실패를 경험하면서 한국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을 겨냥해 제품을 개발하는 노하우를 쌓아왔다. 권정우 현대증권 연구원은 "엔씨소프트의 경우 몇 차례의 실패를 겪은 뒤 개발 초기부터 국내 정서가 아닌 글로벌 정서에 맞춰 게임을 개발하는 전략을 세웠다"며 "세계에 통하는 게임을 만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네오위즈게임즈는 현지화 전략을 잘 세운 사례다. 이 회사는 중국에서 게임을 선보일 때면 한국에서 개발된 게임 캐릭터의 형태는 물론, 이동 속도나 움직임에 대한 반응 속도 등까지 세밀하게 재조정한다. '중국인이 좋아하는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도약의 기로

하지만 한국 게임산업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자본과 인력에서 앞서 있는 세계 유수의 게임업체들이 한국이 독식해 온 온라인 게임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데다, 중국 게임 업체들도 기술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김정훈 네오위즈게임즈 퍼블리싱사업부장은 이에 대해 "우리가 늘 최고일 수는 없지만 한국 업체에게는 한국 시장이라는 장점이 있다"며 "세계 시장보다 2~3년 씩 앞서 나가는 한국 시장의 빠른 트렌드와 내부에서의 경쟁이 한국 업체들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