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희 우승 코멘트 “마지막홀 6m 퍼트땐 손 덜덜”

  • 입력 2009년 7월 14일 07시 56분


○US오픈 우승 지은희 코멘트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 이렇게 큰 대회에서 우승하게 돼 너무 기분이 좋다.

내 생애 가장 기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최대위기였던 10번홀은) 전날 한번에 그린 위에 올린 홀이라서 오늘도 드라이버로 쳤는데 벙커에 빠졌다. 쉽게 탈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미스 샷이 나왔고, 결국 더블보기를 했다. 그 이후로 3오버파가 되면서 마음을 비우게 됐다.

그게 오히려 전화위복의 계기가 된 것 아닌가 생각된다. 캔디 쿵이 치고 올라오는 것을 경기 도중에 리더보드를 보고 알았다. 그 이후로 특별한 생각은 없었고, 내 플레이만 하자는 생각으로 게임에 집중했다. 마지막 홀에서는 파만 하자고 생각하고 샷을 했다.

(18번홀은)전날 드라이버가 벙커에 들어갔기 때문에 벙커만 피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페어웨이에 잘 떨어졌다. 두 번째 샷은 6번 아이언으로 쳤다. 그린에만 무사히 올리자는 생각이었는데 다행히 샷이 잘 맞았고 6m 정도 남은 퍼트를 할 때는 넣으면 좋고 못 넣으면 연장 승부로 간다는 생각으로 쳤다. 정말 많이 떨렸다. 손이 덜덜 떨리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파 세이브만 하자는 생각으로 쳤는데 홀 컵에 빨려 들어갔다. 그때 해냈다 해 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특별히 떠오르는 생각도 없었고, 그냥 기뻤다. 엄마를 보니까 눈물이 나왔다. (우승이 확정된 뒤 지은희는 어머니 변광일 씨와 부둥켜안고 감격을 함께 나눴다.)

미국인들이 크리스티 커를 일방적으로 응원하는데 교민분들이 많이 와 주시고 한국말로 응원해 주셔서 너무 큰 힘이 됐다. 크리스티 커하고는 평소에도 잘 지내고, 내 캐디하고 그쪽 캐디하고도 친하게 지내서 별 부담감 없이 경기 할 수 있었다.

원래 아버지가 계속 따라 다니셨는데, 3주전에 아버지가 서울로 들어가시고 어머니가 이번 경기 내내 함께 따라 다녔다. 서울에서 KLPGA 첫 우승할 때도 캐디를 하던 아버지가 못 오셔서 하우스 캐디와 함께 우승했었는데…

캐디(잭 오스틴)는 지난해부터 함께 해 오면서 호흡이 잘 맞는다. 다른 선수 캐디들은 경기 때만 오는데 잭은 나와 이동도 함께 하고 잘 챙겨준다. 오늘 10번 홀에서 더블보기 했을 때도 ‘That’s OK’라고 격려해 줬다.

우리 세대에게 박세리 언니가 큰 희망을 줬다. 세리 언니가 전성기 때 우리가 골프를 시작했다. 우리 선수들이 잘 하게 된 것은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배짱도 좋아서 큰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 같다. 오늘 밤에 서울로 돌아갔다가 2주 뒤 열리는 에비앙마스터스에 출전할 계획이다.

정리 | 원성열기자 seren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