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비준 앞당길 촉매제될 듯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은 2년 넘게 양국 의회의 ‘벽(壁)’을 넘지 못하고 있는 한미 FTA의 비준을 앞당기는 촉매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한미 FTA 협정문에 포함된 ‘최혜국 대우’ 조항 때문이다. 이 조항은 한미 FTA가 발효된 이후 한국이 다른 나라와 통상협정을 맺을 경우 이 협정의 ‘가장 유리한 혜택’을 미국에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미국이 이런 혜택을 누리려면 한국과 EU가 FTA 협정에 정식 서명하기 전에 한미 FTA가 발효돼야 한다는 것.

통상 전문가들은 “최종 협정문이 공개돼봐야 알겠지만 한-EU FTA가 한미 FTA보다 높은 수준의 개방을 추구했기 때문에 미국이 최혜국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상당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FTA 조기비준의 지렛대로 한-EU FTA를 활용해야 한다는 제언이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정인교 인하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혜국 대우 조항은 FTA의 경제적 효과와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라며 “나중에 우리 측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분야는 협상과정에서 배제하기 때문에 부정적으로만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에서 EU와 미국의 기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점도 미국 정부와 의회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한-EU FTA가 조기 발효되면 미국은 한국과 FTA를 먼저 체결해 놓고도 EU 측에 시장 선점 기회를 뺏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산 자동차는 이미 한국 시장에서 유럽산에 밀리고 있기 때문에 한-EU FTA가 먼저 발효되면 입지가 더욱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수입차 시장에서 유럽산 자동차의 점유율은 53%에 이른 반면 미국산은 11.7%에 그쳤다.

이 때문에 당초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졌던 미국 정부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 진전을 위한 실무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만 미 의회가 건강보험 개혁안을 비롯한 미국 내 경제현안을 우선 처리해야 한다는 자세를 고수하고 있어 앞으로 이 부분이 한미 FTA 조기발효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FTA는 2007년 6월 30일 공식 서명됐으나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 지연으로 발효되지 못하고 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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