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건강이상 이후 ‘집체사진’ 속 바뀐 이것…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하사하는 선물인 쌍안경과 소총이 지난해 8월 건강이상 이후 사라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찍은 집체사진(왼쪽)에는 쌍안경과 소총을 든 병사들이 보이지만 같은 해 11월 군부대 시찰 사진에서는 두 소품이 보이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부대를 방문할 때마다 하사하는 선물인 쌍안경과 소총이 지난해 8월 건강이상 이후 사라졌다. 김 위원장이 지난해 8월 군부대를 시찰하면서 찍은 집체사진(왼쪽)에는 쌍안경과 소총을 든 병사들이 보이지만 같은 해 11월 군부대 시찰 사진에서는 두 소품이 보이지 않는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소총-쌍안경 사라졌다… 왜?

金, 부대시찰때 주는 선물로 침입자 경계-격퇴하라는 의미
노동신문 6월 15일 게재 사진은 ‘4월 사진’ 포토샵으로 조작한 듯

북한 노동신문 1면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주로 군부대를 시찰한 뒤 수백 명과 함께 찍는 기념사진, 이른바 ‘집체사진’이 자주 실린다. 맨 앞줄 정중앙의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적게는 100명에서 많게는 1000명 가까이 함께 찍는다. 지난해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이후 이 집체사진이 미묘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쌍안경과 소총이 사라졌다

그동안 군부대 시찰 집체사진에는 김 위원장의 오른쪽과 바로 뒤에 선 병사가 각각 쌍안경과 은빛 소총을 들고 있었다. 쌍안경과 소총은 김 위원장이 중대급 부대에 주는 선물로 침입자를 경계하고 격퇴하라는 격려의 표시다. 공군부대나 비전투부대 등을 제외하고는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소품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8월 김 위원장의 건강이상 이후 노동신문에 게재된 20여 차례의 군부대 집체사진에서는 두 소품이 사라졌다. 쌍안경과 소총이 등장하는 사진은 지난해 8월 11일(왼쪽 사진)이 마지막이었다. 그만큼 김 위원장의 건강 상태가 예전 같지 않아 환자에겐 결코 가볍지 않을 선물을 직접 전달하는 의식이 생략됐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일 수 있다.

집체사진을 합성해 이중 게재

6월 15일 노동신문 1면에 실린 ‘보병7사단 지휘부’ 방문 사진은 4월 27일에 실린 ‘제851군부대 지휘부’ 방문 사진과 같다. 김 위원장을 비롯한 군인 수백 명의 배치와 포즈, 그리고 시선까지 일치한다. 맨 앞줄 인물들의 위치와 간격만 바뀌었을 뿐 같은 사진이다. 관련 기사에는 두 부대 모두 6·25전쟁 때 공화국 영웅 24명을 배출했다는 내용이 있다.

군중 속에 존재하는 김 위원장을 확인시키기 위해 노동신문이 포토샵 등 사진 편집프로그램을 이용해 사진을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최고 권력자가 등장하는 ‘1호 사진’은 연출은 하되 조작은 하지 않는다는 게 북한의 관행이었지만 김 위원장의 건재함을 과시하기 위해 이런 금기마저 허문 셈이다.

김정일 빠진 집체사진도

2월 28일 노동신문 1면에는 제4차 전국선동원대회 참가자들이 금수산기념궁전 광장에서 김일성 주석의 대형 초상화를 배경으로 촬영한 기념사진이 실렸다. 900여 명이 등장한 대규모 기념사진이다. 하지만 이 사진의 주인공은 김 위원장이 아니었다. 앞줄 중앙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앉아 있었다.

김 위원장 이외의 인물이 집체사진의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것은 극히 예외적인 경우다. 앞으로 닥칠지 모를 김 위원장의 부재(不在)에 대비한 사전 포석 차원이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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