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한국, 분배보다 빈곤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2000년 이후 한국의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빈곤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앞으로 한국 사회에서는 분배보다 빈곤문제가 더 심각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경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13일 ‘빈곤변화 추이와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2000년 이후 한국의 도시가구 상대빈곤율이 소득불평등 정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보다 훨씬 빠르게 상승했다고 밝혔다. 그는 “통상 상대빈곤율과 소득불평등도는 비슷하게 움직이지만 한국을 포함해 일본 스페인 등은 상대빈곤율이 더 가파르게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대빈곤율은 전체 가구의 소득을 순위로 매겼을 때 가장 중간에 있는 가구의 소득(중위소득)의 절반 이하인 가구의 비율을 의미한다. 2008년의 경우 중위소득(월 354만 원)의 절반(월 177만 원) 이하를 받는 가구는 전체 가구의 14.3%에 달했다.

유 선임연구위원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훨씬 높은 상대빈곤율은 한국의 빈곤층이 경제성장의 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뜻”이라며 “지난 정권에서 분배문제 해결을 정책 목표로 내세웠지만 사실상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상대빈곤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에 12.8%로 고점을 찍은 후 2000년에는 한때 하락했지만 이후 다시 상승해 2006∼2008년은 14%를 웃돌았다. 소득불평등도 역시 1999년 고점(0.323)과 2000년 감소(0.299)를 보인 뒤 최근까지 완만하게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소득불평등도는 0.321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