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놀았다… 李정부 실패하면 나는 죄인”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3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동북 3성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경제문화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며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이명박 대통령 측근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13일 서울 동작구 흑석동 중앙대에서 열린 ‘동북아 미래포럼 학술대회’ 기조연설에서 “중국의 동북 3성과 한반도를 중심으로 경제문화공동체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이어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며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했다. 연합뉴스
이재오 前최고, 귀국 100일 만에 사실상 정치 재개

《한나라당 이재오 전 최고위원이 13일 모교인 중앙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명박 정부 출범에 참여했던 사람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이제 이 정부의 성공에 필요한 일을 하겠다”며 정치활동을 재개할 뜻을 밝혔다.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낙선한 뒤 미국 워싱턴으로 떠나 3월 28일 귀국한 지 100여 일 만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앞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는 정몽준 최고위원이 축사를 했다. 또 공성진 진수희 차명진 권택기 안경률 임해규 의원 등 친(親)이재오계 의원 10여 명이 참석했다.》

“사람따르는 계파는 후진적… 박근혜 언젠가 만나게 될것”
친이계 구심점 역할 할 듯

이 전 의원은 지난주 당 공식 행사인 서울 은평갑 당원협의회 국정보고대회에 참석하는 등 최근 정치 활동의 보폭을 넓히고 있다.

“강연도 하고 지방도 가겠다”

이 전 의원은 귀국 후 중앙대 국제대학원에서 초빙교수로 일했다. 그는 강의에 전념하면서 “여의도에는 가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이명박 정부 출범 후 1년 반 동안 비켜서 있으면서 너무 놀았다”며 “앞으로 강연도 하고 지방에도 가는 등 자유롭게 공간을 넓히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 대통령을) 찍어달라고 전국을 다니면서 얘기했던 사람인데 이명박 정부가 실패하면 나는 죄인이 된다”고 말하는 등 현실 정치에서 비켜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 전 의원은 당내 계파에 대한 질문을 받고 “사람에 따라서 계파를 나누는 것은 후진적인 정치문화이며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친박(친박근혜)계를 겨냥한 말로 들렸다. 박 전 대표와의 관계에 대해 그는 “산에 가다 보면 정상까지 가는 길이 제각각 다르다. 중간에 만나서 같이 갈 수도 있고, 중간에 못 만나고 정상에서 만날 수도 있다”며 “대개의 경우 중간에서 만나더라”고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앞으로 박 전 대표와 협력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필요에 따라 박 전 대표와 정면승부를 벌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뒤에서 당내여론 조정?

이 전 의원의 정치활동 재개 선언은 본인의 뜻과 함께 당내 친이(친이명박)계의 강력한 요청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이 2선으로 물러난 뒤 친이계의 구심점이 약화된 것이 친이계의 고민이다. 이에 따라 당내 최대 ‘주주’이며 이 대통령의 뜻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이 전 의원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한 이 전 의원의 다음 행보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그는 전당대회를 통해 당에 복귀하거나 재보선 출마로 원내에 복귀하는 방안을 생각할 수 있다. 청와대나 내각에서 이 대통령을 돕는 방안도 있다. 하지만 10월 재·보선 출마와 한나라당의 조기전당대회 개최, 입각은 친박계의 반발이 예상돼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그나마 조기전대를 통한 당 복귀가 비교적 현실성 있는 카드다. 현재 친이계는 9월 조기전대 개최를 주장하지만 친박 쪽은 반대하고 있다. 9월 전대가 어려워지면 내년 1, 2월경으로 연기될 가능성이 높다. 박 전 대표가 직접 대표 경선에 나설 경우 친이계 내부에서는 이 전 의원이 대항마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어느 경우든 이 전 의원이 정치 전면에 나선다면 친박계의 반발로 여권이 다시 내부 분열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 전 의원 측 권택기 의원은 “당장 당내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2기에 접어든 이명박 정부의 홍보를 돕는 역할부터 하겠다는 것”이라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이런 복잡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 전 의원은 당분간 정치 현안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내기보다는 측근 의원들을 통해 사분오열(四分五裂)된 당내 여론을 뒤에서 조정하는 역할에 치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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