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만나기만 하면… 또 ‘막말 국회’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비켜주세요”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13일 오후 문방위 회의장 입구를 봉쇄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의를 속개해야 한다”며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비켜주세요” 한나라당 소속 고흥길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왼쪽)이 13일 오후 문방위 회의장 입구를 봉쇄한 민주당 의원들에게 “회의를 속개해야 한다”며 비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경제 기자
“우리가 졸이냐” “살인해놓고”… 문방위 말싸움만하다 파행

미디어관계법안 논의를 위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문방위) 전체회의가 13일 열렸다. 하지만 여야는 법안 논의 대신 설전만 벌이다 회의를 끝냈다.

고흥길 문방위원장은 한나라당과 친박연대의 요구에 따라 이날 오전 10시 10분 문방위 전체회의를 열었다. 미디어법안 처리에 반대하며 민주당 측이 지난달 29일부터 문방위 회의 때마다 회의장 출입을 봉쇄한 지 2주 만이다. 회의를 연 시간에 민주당 의원들은 당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었다.

10여 분 뒤 민주당 의원들이 회의장에 찾아와 여야 협의 없이 회의를 진행하지 말라며 정회를 요구해 법안 논의가 이뤄지지 못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당 지도부가 12일 등원을 선언한 뒤 여야 원내대표가 의사일정에 관해 협의를 진행하고 있으므로 그 결과에 따라 문방위 회의 일정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여야 대립으로 회의는 정회와 속개를 거듭했고 결국 고 위원장은 오후 4시에 회의를 열자며 정회를 선언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날 오후 회의장 출입을 봉쇄해 회의는 속개되지 못 했다. 민주당은 여야 간사가 14일 오후 전체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뒤에야 봉쇄를 풀었다.

파행으로 얼룩진 이날 회의에서는 고성과 막말이 오갔다. 민주당 간사인 전병헌 의원은 간사 협의도 없이 회의를 열었다며 “지금 선거하면 한나라당에 이런 (다수) 의석 안 나온다. 오만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은 고 위원장이 “여야 간사가 일정을 협의하도록 하자”며 정회를 선언하자 이번엔 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발했다. 김효재 의원은 “야당을 존중하는 건 좋지만 우리는 장기판의 졸(卒)이냐”고 목소리를 높였고 성윤환 의원은 “앞으로 위원장은 민주당하고만 (회의) 하세요”라고 따졌다. 주호영 의원도 “앞으로 민주당 결재 받고 회의를 해야 하느냐”고 비아냥거렸다.

특히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살인까지 해놓고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은 더욱 격해졌다. 한나라당 강승규 의원은 “살인자가 누구인지 얘기해보라”고 끈질기게 항의했고 이 의원은 “사과 한마디 없이 말이야”라고 비켜갔다. 또 민주당 서갑원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국민이 이해하기 어려운 미디어법에 대한 여론조사는 무리다’고 하는데 얼마나 잘났기에 국민을 비하하는 것이냐”고 말해 다시 소란이 빚어졌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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