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맞춤형 설득’으로 막판 돌파구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이탈리아 총리에 ‘어른’ 예우… 폴란드 대통령엔 정치입지 고려

13일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종결 선언이 이뤄지기까지의 막판 최대 고비는 한-이탈리아 정상회담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가 열린 이탈리아 라퀼라에서 10일 열린 정상회담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처음부터 자국 자동차 회사인 피아트의 피해 가능성을 언급하며 FTA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피아트는 소형차를 생산하고 한국은 중형차를 주로 수출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취지로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FTA가 이뤄지면 이탈리아의 의약품 기계 명품(의류 화장품 등) 등의 한국 수입이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은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유럽에서 최장수 총리라는 점, 이탈리아가 EU 의장을 지냈고 G8 의장국이라는 점, 프로축구팀 AC 밀란의 소유주이자 언론재벌이기도 한 기업인 출신이라는 점 등을 감안해 ‘어른’으로 예우하며 FTA의 경제적 타당성을 설득했다고 김은혜 청와대 부대변인은 전했다. 그러자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정상회담 중반을 넘기면서 “이 대통령과 나는 기업인 출신이라 서로 잘 맞는 것 같다”며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13일 오전 수행기자단과의 간담회에서 “이탈리아는 정말 극적으로 됐다. 유럽의 대표적인 지도자 중 한 사람이 자국의 산업 때문에 FTA에 반대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정도는 아니고 웃으며 얘기했다. 본인이 보기에도 이치에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폴란드를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기자간담회에서 “폴란드의 경우 상당히 강한 유보적 입장이었고 대통령과 총리가 관장 업무가 달라 견해차가 있었다”면서 “그런데 정상회담이 끝나자 폴란드가 EU 통상장관회의에 (FTA를) 지지하게 됐다고 통보했다”고 소개했다. 폴란드는 정작 회담 때는 “알겠다”고만 해 애를 태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이탈리아 총리는 백전노장이다. 정상으로 불리는 사람들은 ‘맞춤형 설득’이 필요하다”면서 “결국은 두 가지다. 상대방에 대한 진정성이 필요한 것 같다. 다음으로는 (상대국 정상이) 훌륭하거나 경륜이 있다는 등의 인정을 받으면 설득이 통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관련 장관과 수석비서관을 불러 상대방의 관심사나 기호 등을 익히고 들어가는 등 사전 대비를 충분히 했다”며 “FTA 협상의 마지막 걸림돌을 외교력으로 돌파해 결국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찍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한-EU FTA 협상 종료라는 성과를 안고 14일 귀국한다.

스톡홀름=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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