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죄’ 받고도 또… ‘무법’의 언소주?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 ‘광고주 압박 3차 대상’ 여행사 3곳 선정

‘삼성 공격’ 성과 지지부진하자 피해입히기 쉬운 여행사 겨냥… 대표 검찰조사 받는중 무리수

언론소비자주권국민캠페인(언소주) 카페 운영진 등 24명은 지난해 동아, 조선일보 등 메이저 신문의 광고주들을 대상으로 광고를 내지 말라는 압박운동을 벌이다 올해 2월 1심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고 항소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당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광고주는 바로 여행업체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소주가 13일 다시 여행업체 3곳을 압박운동의 타깃으로 선정하고 나선 것은 사법부의 판단까지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언소주는 김성균 대표 등 관계자 2명이 최근 검찰 조사를 받는 등 광고주 압박운동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다시 행동에 나섰다. 검찰 수사든, 법원의 판결이든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김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던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의 이헌 대표는 “검찰 조사에서 자신의 행위가 적법하다는 것을 주장하지 않고 다시 행동을 통해서 정당성을 주장하는 언소주의 태도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재계 관계자는 “지난해 광고주 압박운동에 따라 유죄 판결을 받은 전례가 있는데도 불법행위로 중소기업인 여행사를 압박하고 있다”며 “이는 자유시장경제를 위협하는 행위”라고 말했다.

언소주가 3차 압박운동의 대상으로 여행업체를 고른 것은 피서철 성수기를 맞은 상황에서 압박운동의 효과를 극대화하겠다는 것으로 보인다. 언소주의 압박운동 대상에 오른 3곳은 국내의 대표적인 여행업체들이다. 또 3곳 가운데 2곳은 이미 지난해에 피해를 보았던 곳이다. 여행업체는 불특정 다수인 누리꾼이 동시다발적으로 항의전화를 걸기도 쉽고, 예약을 했다가 취소하는 등 실질적인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이 상대적으로 다양한 편이다.

지난해 언소주의 주도로 일부 누리꾼은 ‘20일 이내에 취소하면 위약금을 안 내도 된다’는 여행약관을 악용해 여행상품을 무더기로 예약했다가 취소하기도 하고, 여행사 홈페이지를 다운시키는 등의 방법을 썼다. 언소주의 압박운동 대상에 오른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여행사는 신문 광고를 통해 손님이 모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실제로 협박이 들어올 경우 피해가 클까 봐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소주가 한국의 대표기업인 삼성 계열사 5곳에 대한 2차 압박운동을 한 달간 벌였으나 별 성과 없이 지지부진하자, 압박이 손쉬운 여행업체를 ‘희생양’으로 삼아 압박운동의 불씨를 살려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이들은 지난달 8일 중견 제약사인 광동제약을 1차 대상기업으로 정한 지 하루 만에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광고를 게재한다는 조건으로 광동제약에 대한 압박을 철회했다. 같은 달 11일 이들은 삼성 계열사 5곳을 압박운동 대상으로 정했지만 삼성의 피해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언소주는 이날 “여행업을 불매 대상으로 병행하더라도 삼성에 대한 불매운동은 더 강하게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소주는 재야단체를 비롯해 온라인 모임 등의 참여를 독려하면서 광고주 압박운동을 확대하려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언소주는 1, 2차 때와 달리 13일 3차 압박운동을 제안하면서 미디어행동, 민생민주국민회의(준), 유모차부대 등 총 600여 개 단체가 참가한다고 밝혔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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