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 도박사이트 회원 뺏으려 디도스 공격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4년간 8000억 매출 올린 불법 운영자 등 2명 구속

경쟁 도박 사이트의 회원을 빼앗아 오기 위해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한 불법 인터넷 도박 사이트 운영자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구로경찰서는 13일 2005년 9월부터 최근까지 13개의 불법 인터넷 도박사이트를 운영한 혐의로 운영자 임모 씨(33) 등 2명을 구속하고 프로그래머 홍모 씨(29)와 이들에게 서버를 제공한 호스팅 업체 대표 이모 씨(38) 등 18명을 불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홍 씨는 경쟁 업체에 디도스 공격을 해 서버를 다운시키라는 임 씨의 지시에 따라 5월 중국에 건너가 조선족 해커에게 1500만 원을 건네며 이들과 경쟁관계인 8개 도박 사이트를 공격하라고 부탁했다. 1월과 3월까지 이런 수법으로 세 차례에 걸쳐 디도스 공격이 이뤄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도박용 ID 7만1500여 개를 매장, 총판, 본사 등 회원 등급을 6단계로 나눠 피라미드식으로 운영하며 4년간 8000억 원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이들은 판돈의 12%를 정해진 비율에 따라 나눠가졌으며 운영자 임 씨는 100억여 원을 챙겼다.

운영자 임 씨는 도박 사이트를 운영해 챙긴 돈으로 지난해 8월 H연예기획사를 설립한 뒤 톱스타급 남자 배우 J 씨 등이 소속된 중견 기획사를 올 1월 인수해 운영한 사실도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 씨는 서울 강남의 132m²의 호화 아파트에 살고 고급 승용차 여러 대를 몰고 다니며 재력가 행세를 했다”며 “수사상황에 따라 부당 매출 규모가 1조 원대까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씨 등은 중국의 서버를 임대하고 실제 운영은 국내 서버를 통해 하면서 IP 추적을 피하고 타인 명의의 속칭 ‘대포통장’ 수십 개를 사용한 뒤 15일 간격으로 교체하면서 경찰의 단속을 피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조종엽 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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