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女오픈은 코리안 드라마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US여자오픈은 한국 선수들과 유독 인연이 깊다. 1998년 박세리(32)를 시작으로 김주연(28·2005년), 박인비(21·SK텔레콤·2008년)가 우승컵을 차지했고 올해는 지은희(23·휠라코리아)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12년간 4명이나 우승한 것도 그렇지만 우승 과정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인상적이었다.

1998년 박세리의 정상 등극은 사상 유례가 없는 20홀 연장전(정규 연장전 18홀+서든데스 2홀)을 거쳐 이뤄졌다. 아직도 많은 사람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는 명장면은 연장전 18번홀에서 나온 박세리의 ‘맨발 투혼’이다. 18번홀 티샷이 워터해저드 옆 러프에 빠지자 박세리는 신발과 양말을 벗고 물에 들어가 공을 살려냈고 서든데스로 승부를 끌고 갔다. 그는 서든데스 두 번째 홀에서 5m 버디 퍼트를 성공시켜 승부를 갈랐다. 신발을 벗을 때 드러난 백옥처럼 흰 발은 검게 그을린 다리와 대조를 이뤘고, 그 장면을 통해 국민들은 박세리가 그동안 쏟았던 노력을 한눈에 알 수 있었다.

2005년 모건 프레셀(미국)과 공동 선두로 마지막 홀(파4)을 맞은 김주연은 두 번째 샷이 벙커에 빠져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김주연의 세 번째 벙커 샷은 그린에 떨어진 뒤 3m를 굴러 홀로 그대로 빨려 들어갔다.

지난해 무명의 박인비는 선두에게 2타 뒤진 공동 3위로 4라운드에 들어갔지만 상대 선수들이 제풀에 무너지는 동안 특유의 침착성으로 2타를 줄여 합계 9언더파로 우승을 차지했다. 박인비는 19세 11개월 6일 만에 정상에 올라 1998년 박세리의 최연소 기록(20세 9개월 8일)을 갈아 치웠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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