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로 교육의 부재로 어떤 전공이든 무조건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분위기가 만연해 대학을 졸업하고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고 헤매는 젊은이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다. 4년제 대학에서 어학연수와 취업 준비로 5, 6년 이상 캠퍼스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학생이 허다하다. 대학 졸업자들 중에는 직장에 들어가 한두 해 다니다 뛰쳐나와 전공을 바꿔 다시 대학을 들어가거나 뒤늦게 유학을 가겠다고 해 부모를 애타게 하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으로는 황금 같은 시간의 낭비일뿐더러 국가적으로는 아까운 인적 자원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
서울 한 구청의 환경미화원 모집에 응시자의 37%가 전문대 이상 학력이었고 물리학 박사 학위 소지자까지 지원하는 현상도 대졸자 과잉 공급에 따른 하향 취업 사례다. 1995년 고졸자의 51.4%가 대학에 진학한 데 비해 2008년엔 83.8%가 대학에 진학했다. 대학 문만 넓혀놓고 진로교육은 등한시한 교육정책이 만들어 낸 결과가 아닌가.
일하지 않거나 일할 의지도 없는 이른바 ‘니트족’이 OECD 국가 중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대졸 신입사원이 갈수록 ‘고령화’하는 현상도 따지고 보면 부실한 진로 교육이 원인이다. 기업들은 구인난(求人難)을 호소하는데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방황하는 젊은 백수가 늘어만 가는 기현상을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우리 학생들은 언어 1위, 수학 2위, 과학 7위를 차지할 정도로 학업성취도는 높지만 자신의 적성과 직업의 세계에 대한 이해 수준은 낮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학생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가서 일할 사회는 급속도로 변화한다. 어제의 인기 직업이 사라지고 그들이 한창 활동할 미래에는 듣도 보도 못한 직업이 생겨날지도 모른다. 일선 학교에서 다양한 직업 선택의 기회를 제공하는 진로 교육이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