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자보다 중요한게 인재 뽑는 일”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사진 제공 LG전자
사진 제공 LG전자
■ 강신익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장 파격 채용실험

공채대신 인턴방식 첫 도입

최종선발때 강사장 직접 참여

11일 오전 경남 남해군 남면 힐튼남해호텔 프레젠테이션 룸. 주황 파랑 등 형형색색의 티셔츠를 차려 입은 20명의 대학생 사이로 파란색 피케셔츠를 입은 LG전자 홈엔터테인먼트(HE)사업본부장인 강신익 사장(사진)이 나타났다.

“우와!” “진짜 사장님이야?” 대학생들은 강 사장의 등장에 환호했다. ‘글로벌 마케팅 어드벤처 2009(GMA 2009)’라는 이름이 붙은 이 자리는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내 해외마케터 인턴을 최종 선발하는 자리. LG전자는 기존의 공채 방식을 버리고 올해 처음 이 제도를 도입했다. 이 자리에서 선발된 최종 인턴은 5주간의 인턴십을 거쳐 LG전자에 입사하게 된다.

강 사장은 프레젠테이션이 열리기 전날 장에 출혈이 생겨 병원에 들러 지혈을 받는 등 몸 상태가 좋지 않았다. 그가 아픈 몸을 이끌고 주말 새벽같이 남해로 내려간 이유는 무엇일까. 기업의 가장 소중한 자원인 ‘인재’를 직접 뽑기 위해서였다.

20명의 지원자 앞에 선 강 사장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최근 LG전자의 상승세가 그의 얼굴에 그대로 배어 있었다.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LG전자는 올해 1분기(1∼3월) 역대 1분기 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했다. 특히 강 사장이 이끄는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에서 액정표시장치(LCD) TV 판매량이 40%나 증가했다. 평판TV의 시장점유율에서는 소니를 제쳤다.

실적에서의 자신감이 인재 채용에서의 실험정신으로 이어진 셈. 강 사장은 지난달부터 서울지역 주요 대학 캠퍼스설명회를 통해 ‘GMA 2009’를 알렸고 총 1600여 명의 지원자를 받았다. 이후 서류전형과 인성·적성검사를 거쳐 최종 후보 20명을 선발했다.

강 사장은 인재 채용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년 전만 해도 우리 본부는 4800억 원 적자를 냈지만 올해는 성장 궤도에 올랐다”며 “그러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흑자’보다 가능성 있는 인재를 영입해 그 가능성을 더 높이는 일”이라고 말했다. 강 사장은 “이 채용 방식을 LG전자 전체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강 사장과 함께 이 제도를 도입한 홈엔터테인먼트사업본부 이관섭 상무는 이를 ‘인재 채용 방식의 명품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단순히 서류 몇 장 보고 뽑는 채용과정에서 벗어나 직접 나서서 인재를 모셔오는, 이른바 ‘갑’ ‘을’ 관계가 달라진 채용 방식”이라고 말했다.

5명이 한 조를 이룬 최종 후보 20명은 강 사장을 포함한 5명의 LG전자 임원 앞에서 20분간 마케팅 발표를 했다. 이날의 주제는 14인치 브라운관(CRT) TV 판매. ‘나의 두 번째 TV’ ‘아이를 위한 장난감’ ‘아날로그 인테리어 소품’ 등 다양한 주제가 나왔다. 강 사장이 보기에 너무 틀에 박히고 진지했던 것일까.

1시간 반가량 발표를 들은 강 사장은 “LCD, LED 하는 시대에 ‘브라운관 TV, 의미 없다. 때려치웁시다’ 하는 조가 있었다면 점수를 후하게 줬을 것”이라며 ‘뼈’ 있는 농담을 던졌다.

발표가 끝난 후 참가자들과의 질의응답에서 강 사장은 ‘꿈’을 강조했다.

“2002년 미국 지사 근무 시절 대형 세탁기를 론칭하기로 했는데, 2주 후에 취소됐죠. 그래도 꿈을 잃지 않았더니 회사가 한 번 더 기회를 주더군요. 그 후 히트 상품인 ‘트롬 세탁기’를 론칭할 수 있었습니다. 나는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행복한 사람입니다. 왜냐고요? 꿈이 있으니까요….”

남해=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