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투데이]중국의 ‘인위적 부양’은 버블 경보일수도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글로벌 경제가 변곡점을 맞고 있다. 정부 주머니를 털어서 돌아가는 정부 주도 경제가 한계에 부닥치면서 과연 민간 주도 경제로 전환이 가능한지가 화두가 된 것이다. 이제 민간이 그동안 빌린 돈을 갚을 체력을 얼마나 회복했느냐가 관건이다.

물론 최근까지의 결과만을 두고 보면 미흡하다. 그동안 각국 정부가 동시다발적으로 쏟아 부은 엄청난 양의 자금을 생각할 때 현재 보이는 지표들은 여전히 불충분하다. 그 때문에 미국은 ‘출구전략’은 고사하고 ‘2차 경기부양’ 여부로 논쟁을 벌이고 있고 중국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가 공개적으로 “증권시장과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해서 경기회복을 지원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초조감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지난주 원 총리의 ‘부동산과 주식시장 부양’ 발언은 상당히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사회주의 경제의 특성을 감안하더라도 자본시장에서 정부가 ‘부동산과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다는 말은 금기에 속한다. 도농 간의 소득격차를 줄이겠다는 ‘사회조화이론’을 국정목표로 삼는 중국에서 특정계층에 편중된 이익을 강화할 수 있는 자산시장의 거품은 치명적일 수가 있기 때문이다.

설령 중국이 아니더라도 정부의 공개적 시장부양은 공정한 룰이 아닌 데다 자산시장을 왜곡하는 심각한 경제적 부작용을 가져올 수 있는 위험한 수단이다. 시중자금이 설비투자가 아닌 자산시장으로 몰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사업에 투자하는 ‘자본이익률’보다 자산시장의 ‘투자이익률’이 훨씬 높아지면 자본은 자산시장으로 쏠리게 된다. 이러면 기업이 투자가 아닌 투기에 빠지게 되고 실물보다 앞서나간 자산시장의 상승은 기업의 활력을 저하시킨다. 정상적인 ‘영업이익’보다 ‘자본수익’에 대한 유혹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기업, 민간 할 것 없이 장부가치에 기댄 자산투자 열풍에서 서로가 부자가 되었다는 착각에 빠지면 생산동력은 꺼지고 국가 경제는 깊이 병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지금처럼 불황기에 시도되는 인위적인 시장부양이다. 정부가 소비를 늘리기 위해 자산시장을 부추기면 정작 소비를 늘리는 당사자는 장부가치에 따른 소비를 하게 되고 최종적으로는 골다공증에 걸린 거인처럼 저절로 쓰러지게 되기 때문이다.

불황기에 자본시장을 부추겨서 경기회복에 이용하려는 유혹은 강렬하다. 멀리 갈 것도 없이 한국에서도 1990년대 말 외환위기 극복과정에서 생긴 ‘닷컴 버블’과 코스닥시장의 비정상적 투기 열풍, 2000년대 초 신용카드 활성화를 통한 경기부양 같은 정책이 대표적이다.

이번 중국 총리가 천명한 ‘증시와 부동산시장의 활성화’는 대가가 큰 파티다. 한발 더 들어가 보면 중국 정부가 4조 위안 규모의 부양책을 내놓은 뒤에도 국면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토로하는 일종의 고백으로 해석될 수 있다.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인다.

박경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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