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후죽순 녹색성장 펀드, 옥석 가릴 때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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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거치며 1개월수익률 ‘뚝’

6개월-1년 수익률은 선전

길게보고 기업 경쟁력 따져야

녹색성장 산업 관련 주식에 주로 투자하는 ‘녹색성장 펀드’들의 수익률이 최근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세계 주요국들이 녹색성장을 향후 경제성장의 핵심 목표로 삼고 다양한 관련 정책들을 발표하면서 국내에서도 상반기에 다양한 녹색성장 펀드들이 시장에 나왔다. 13일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녹색성장 펀드는 총 27개로, 6개만 판매되는 데 그쳤던 지난해에 비해 4배 이상 늘었다. 특히 4월과 6월에 각각 10개가 선을 보였다. 그러나 녹색성장 펀드들은 늘어난 수에 비해 수익률 면에서는 아직 신통치가 못하다.

○ 1개월간 수익률 크게 떨어져

제로인은 녹색성장 펀드들 중에서 설정된 지 1개월 이상, 설정액 1억 원 이상인 상품 15개를 10일 기준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최근 1개월 사이 5% 이상의 수익률을 올린 펀드는 트러스톤자산운용의 ‘트러스톤칭기스칸MKF녹색성장증권투자신탁(주식)A클래스’(5.5%)뿐이었다.

같은 기간에 수익률이 1% 이상 된 펀드도 △하나UBS신경제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 A △하나UBS신경제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 C-E(이상 3.0%) △하나UBS신경제그린코리아증권투자신탁1(주식)CLASS C(2.9%) 등 3개에 불과했다. 반면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펀드는 6개나 됐다. 국내 주식형 펀드들이 최근 1개월 새 평균 3.8%의 수익률을 올렸다는 점에 비춰보면 녹색성장 펀드의 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저조한 것이다.

그러나 기간을 6개월, 1년 단위로 늘렸을 때 녹색성장 펀드들의 수익률은 오히려 국내 주식형 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을 크게 앞섰다. 최근 6개월간 국내 주식형펀드들의 평균 수익률은 24.0%였지만 녹색성장 펀드들은 33.1∼42.5%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1년 기준 수익률도 국내 주식형펀드들은 평균 ―0.4%에 머물렀지만 녹색성장 펀드들은 평균 8.1%였다.

○ 장기적으로는 그래도 ‘밝음’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녹색성장 펀드들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이유로 시장 흐름의 변화를 꼽았다. 펀드평가사인 FN가이드의 정지영 연구원은 “요즘 주식시장의 전체 구도가 대형주 위주로 움직이기 때문에 중소형주가 많은 녹색성장주들은 힘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녹색성장주들의 가격 상승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가 시장에 퍼지는 점도 최근 녹색성장 펀드의 수익률이 떨어지는 원인으로 꼽혔다.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 김대열 팀장은 “1분기 때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들이 대거 나오면서 펀드들이 관련주를 대거 매입했다”며 “2달 전부터는 오히려 ‘너무 오른 것 아니냐’는 심리가 작용하며 조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녹색성장 펀드의 미래에 대해선 여전히 긍정적인 의견이 많았다. 김 팀장은 “조정기를 거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녹색성장 펀드의 이탈보다는 진입을 고려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제로인 이수진 연구원은 “앞으로는 녹색성장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이라며 “펀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도 얼마나 경쟁력 있는 녹색기업에 투자하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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