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우리학교 공부스타/서울대 입학 이기준 씨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하루 수면 딱 4시간… 졸릴 땐 의자위에 서서 공부했어요”

《“여러 선생님의 격려와 지원 덕분에 합격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도 아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주는 국어선생님이 되고 싶어요.” 이기준 씨(19)는 충남 서산시 서령고를 졸업하고 2009학년도 서울대 정시모집 일반전형에서 국어교육과에 합격했다. 고1 중간고사 성적은 전체 315명 중 32등 수준. 숫자로만 보면 상위권에 속했지만 지방 소도시 학교인 점을 감안하면 ‘서울대 진학’은 남의 얘기였다. 이 군은 “엉덩이에 땀띠가 날 정도로 책상에 앉아 공부하면 성적은 오르기 마련”이라며 공부시간의 중요성을 누차 강조했다. 평균 수면시간은 3, 4시간. 졸음을 쫓기 위해 의자에 올라가 공부하는 모습은 친구들 사이에서 유명했다.》

○ 어릴 적부터 ‘교사’가 꿈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이 씨는 온라인 스포츠 게임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 여느 학생과 마찬가지로 게임 때문에 부모님과 잦은 실랑이가 벌어졌다. 부모님과 수차례 얘기한 끝에 “학교 숙제와 예·복습을 마치면 나머지 시간은 마음대로 써도 좋다”는 허락을 받아냈다. 단지 게임을 하고 싶어 이 약속을 꾸준히 지켰는데 그 때문인지 성적은 반 석차 5등 안쪽이었다.

중학교에 진학한 뒤에도 똑같은 생활 패턴이 이어졌다. 학교수업이 끝나면 친구들과 놀거나 게임을 했다. 그런데도 중학교 시절 내내 전체 170명 중 20등 안팎의 성적을 유지할 수 있었다. 성적이 나쁘면 게임 금지령이 떨어질까 걱정스러운 마음에 학교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결과였다.

중3 겨울방학 동안 대부분의 친구들은 학원을 다니거나 개인과외를 받으며 고교 과정을 대비했다. 그러나 그는 그 모습에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학교 수업만으로도 좋은 성적이 나왔는데…’라는 자만심이 작용했던 탓이었다.

고교 첫 시험인 배치고사 성적은 처참했다. 간신히 국어과목은 80점대를 받았지만 수학과 과학 점수는 60점대였다. 충격을 꽤 받긴 했으나 배치고사 성적은 중요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고 스스로 판단했다.

“노력하면 성적이 금세 오를 거라고 확신했죠. 졸거나 딴짓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을 정도로 수업을 귀담아 들었어요.” 1학기 기말고사에서 국어 1등급, 영어 2등급을 받았지만 수학 성적은 3등급 후반이었다. 2학기 때는 성적이 조금 더 올랐다.

○ 수학, 장애물이 아닌 무기로 탈바꿈

이 씨는 고1 겨울방학 때 ‘지독한 공부벌레’로 변모했다. 사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오랫동안 목표로 삼던 대학의 입시정책이 국어 중심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 성적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수학 과목이 문제였다. 그는 오후 4시에 보충수업을 마치면 저녁 9시까지 학교에 남아 수학공부에 매달렸다.

“고1 과정을 복습하기보다는 수학I 예습을 통해 관련 개념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죠. ‘개념원리 수학I’이란 문제집을 선택해 최소 2번 이상 내용을 꼼꼼히 훑었어요.

경시대회 문제풀이에도 도전했다. 기본 개념이 제대로 안 잡힌 상황에서 경시대회 문제를 풀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똑같은 문제를 거뜬히 풀어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오기가 생겼다. 그는 “비록 한 문제를 푸는 데 1시간이 넘게 걸린 적도 있었지만 ‘나도 이런 문제를 풀 수 있구나’라는 희열을 느꼈다”며 “점차 수학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푸는 시간도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상당한 노력을 했음에도 수학경시대회에서 20점을 받아 절망감을 느꼈다. ‘수포자(수학을 포기하는 사람)’ 대열 진입을 고민할 즈음 수학선생님이 그를 격려했다.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어느 순간 실력이 부쩍 늘어나니 좀더 인내심을 갖고 공부해보자는 것이었다.

2학년이 되면서 수학I 개념서를 5, 6회 정독했다. 교육방송(EBS) 인터넷 강의와 문제집 풀이도 병행했다. 특히 야자(야간자율학습)가 끝난 뒤 잠을 자기 전까지는 EBS 강의를 집중적으로 들었다. 수학문제를 스스로 먼저 푼 다음 자신의 방식과 강사의 설명을 비교하며 최적의 해법을 찾아갔다.

○ 하루 수면 4시간…졸음 쫓으려고 서서 공부하기도

이 씨가 오로지 학교공부에만 매달린 것은 아니었다. 봉사동아리 ‘인터렉트’ 회원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데 적극 참여했다. 태안지역에 원유 유출 사고가 났을 때는 친구들과 함께 기름 제거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모범적인 활동이 알려지면서 서산시 청소년자치위원으로 임명됐다.

성적이 오른 덕분에 2학년 때부터 우수한 학생들이 모여 야자를 하는 공간인 ‘보현재’에 입사 기회를 얻었다. 일반 교실은 저녁 9시 30분이면 야자가 끝나지만, 보현재는 11시까지 자율학습을 하고 학생의 선택에 따라 더 늦게까지 남아 공부하는 일이 가능했다. 이 씨는 대체로 다음 날 오전 1시가 넘어서야 귀가했다. 졸릴 때면 의자 위에 서서 독서대 선반을 책상 삼아 공부했다.

그는 시간 활용법이 남달랐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자투리 시간은 수학 개념을 이해하거나 문제를 풀면서 보냈다. 매 쉬는 시간 5분, 점심·저녁식사 시간 각 30분을 합하면 하루 2시간 가량을 수학공부에 쏟을 수 있었다.

야자시간에는 언어와 외국어영역 공부에 집중했다. 언어영역은 문제를 꾸준히 풀면서 감을 유지하는 데 주력했다. 기본 문제집을 푼 다음 모의고사 문제집, 기출문제 순으로 넓혀갔다. 문제집에 해답지의 설명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일일이 옮기며 내용을 복습했다. 어느새 그가 푼 문제집 수는 20권을 넘어섰다.

외국어영역은 단어와 문법 설명이 잘 되어 있는 문제집을 공략했다. 지문을 읽고 모르는 단어를 표시한 뒤 해설지의 설명을 꼼꼼히 읽어갔다. 모르는 단어는 단어장에 적어 틈나는 대로 외웠다.

2학기부터 수학 성적은 1등급 후반으로 올랐고 다른 과목은 꾸준히 1등급을 유지했다. 3학년 때는 문제 수준을 더욱 높였고, 교과서 위주로 사회탐구 영역을 보충했다. 이 씨는 오전 2시까지 학교에서 자율학습을 한 뒤 새벽 3, 4시가 돼서야 잠을 청했다. 피나는 노력으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언어 수리 외국어영역에서 1, 2문제씩 틀려 모두 1등급을 받았다.

박은정 기자 ejpark@donga.com

※‘우리학교 공부스타’의 주인공을 찾습니다. 중하위권에 머물다가 자신만의 학습 노하우를 통해 상위권으로 도약한 학생들을 추천해 주십시오. 연락처 동아일보 교육법인 ㈜동아이지에듀. 02-362-5108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