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공부]여름방학,우리집은 전쟁 중!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부모, 자녀가 하루종일 부대끼는 여름방학
싸움 피하는 법, 화해하는 법

《방학기간에는 부모, 자녀 간에 말다툼이 잦다. 학교다 학원이다 야자(야간자율학습)다 해서 ‘어른 뺨치게’ 바빴던 아이가 집에 있는 시간이 늘면서 엄마와 충돌하는 순간은 늘어난다. 단순한 말다툼이 때론 엄마와 자녀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면서 예기치 않게 자녀의 학습의욕 상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자녀의 성공을 원한다면, 엄마는 자녀와의 ‘갈등 관리’를 현명하게 해야 한다. 여기에 학부모와 자녀 네 쌍이 있다. 자녀의 ‘사소하지만 간과할 수 없는’ 언행을 두고 갈등을 빚었지만, 이들은 이내 ‘건설적’으로 화해하는 방법을 체득하게 됐다. 이들의 경험담에 귀 기울여보자.》



싸움을 피하는 법

이런 말, 행동 하면 싸움 난다

엄마, 아빠가 싫어하는 자녀의 말과 행동은 뭘까. 아빠 한수성 씨(43)는 아들 한인호 군(서울 행림초 5)이 늦잠을 자는 것이 안타깝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면 좋으련만 한 군은 컴퓨터나 텔레비전 앞에서 자정을 넘기는 날이 많다. 이튿날 아침에는 9시가 넘어서까지 잔다. 엄마, 아빠가 깨우면 마지못해 일어나 짜증을 부리면서 부모와 가벼운 실랑이를 벌인다.

한 씨는 “아들이 방학숙제나 공부처럼 기본적으로 그날 해야 할 일을 안 하고 노는 데만 빠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럴 때면 “할 거 다 했어?”라는 짜증 섞인 말을 던지곤 곧 후회한다고.

엄마 고영애 씨는 딸 김유진 양(서울 보라매초 5)이 엄마에게 가끔 버릇없이 말하는 것을 고쳤으면 좋겠다고 한다. 김 양은 학원 숙제를 안 했을 때 엄마의 훈계가 길어지면 “짜증나∼”라는 말을 한다. 고 씨는 “걱정이 돼서 하는 말인데 딸이 귀를 닫아버리는 것 같아 화가 난다”면서 “그럴 때면 ‘나는 옛날에 엄마한테 안 그랬는데 어떻게 딸은 나한테 이럴 수가 있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은아 씨(37)과 아들 김현우 군(서울 보라매초 5)이 다투는 건 아들의 게임 때문일 때가 많다. 다른 남자 아이들처럼 김 군도 컴퓨터게임, 닌텐도 게임, 휴대전화 게임 등 각종 게임에 빠진다. 조 씨가 아들에게 “그만 해”라고 말해도 아들은 “네∼”라고 하고는 또 하는 경우가 많다. 여러 번 지적하면 그제야 끄면서 “방금 껐잖아요∼”라고 짜증 섞인 말투로 대답하곤 한다.

정춘순 씨(43)는 딸 경현정 양(서울 여의도여고 1)에게 “공부 좀 해라”, “머리 좀 잘라라”, “방 좀 치워라”처럼 똑같은 이야기를 여러 번 반복해야 할 때 그만 화가 난다. 말다툼을 하고 나서 딸이 방문을 쾅 닫고 들어갈 때도 마음이 아프다. 온갖 사랑을 쏟았던 딸로부터 왠지 무시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다.

하지만 자녀들도 할 말이 있다. 자녀는 엄마, 아빠의 어떤 말과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욱’ 하게 될까.

김유진 양은 “다른 아이와 비교할 때”라고 답했다. 엄마가 “○○이는 학원 안 다녀도 자기 할 공부 다 하고 노는데, 너는 학원을 열심히 다니는 것도 아니고 노는 것도 제대로 노는 것도 아니고, 뭐니?”라고 말할 때마다 자존심이 상해 나도 모르게 말대답을 하게 된다고 했다.

김현우 군은 학원에 다녀와서 그날 할 공부를 마쳤는데도 또 “공부하라”는 소리를 들으면 억울해서 화가 치민다고 털어놓았다. 그래서 짜증난 말투로 “(공부를)다 했어∼”라고 퉁명스럽게 말하게 된다고. 그러면 엄마인 조 씨는 “네가 하긴 뭘 다해? 30분 만에 어떻게 다해?”라고 ‘맞대응’을 하며 갈등이 벌어진다.

한인호 군은 엄마가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시킬 때 짜증이 난다. 예를 들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가 “씻어”라고 해 씻고 있는데, 곧바로 “밥 먹어”라고 하면서 “너 왜 아직도 씻고 있니?”라고 다그칠 때가 싫다. 아침에는 영 졸려서 동작이 굼뜬 건데, 왜 엄마는 나를 이해해주지 못할까 야속하다.

성적 상위권인 경현정 양은 발전적인 관계로 만나고 있는 남자친구에 대해 엄마가 다소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때 기분이 상한다. 엄마 정춘순 씨는 “이성교제는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에 엄마로서 ‘네 남자친구가 이랬으면 좋겠고, 저랬으면 좋겠고’라는 기대감을 이야기한 것”이라고 했지만, 경 양은 “엄마가 내 마음을 몰라주는 것 같다”고 속상해 했다.

자녀들이 특히 싫어하는 것 중 하나는 부모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단점을 이야기하는 것. 엄마 친구들이나 친척들 앞에서 “쟤는 만날 컴퓨터만 하고 공부를 안 해”라고 한다거나, 아파트 엘리베이터 안에서 만난 동네 아줌마가 대뜸 “너 이번 학기에 전교 ○○○등 했다며?”라고 말하며 웃을 때도 화가 난다. 이럴 때 자녀들은 “난 잘하는 것도 많은데 엄마는 왜 나가서 내 흉만 보는 거야”라면서 따지게 된다는 것이다.

화해하는 법

부모가 자녀보다 다양한 방법으로 화해 시도

부모들이 밝힌 가장 좋은 화해의 방법은 먼저 자신이 사과하고, 아이에게 왜 그런 말(행동)을 했는지를 물어본 뒤, 아이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자녀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낸다는 사람도 있었다.

정춘순 씨는 딸이 밖에 나갔을 때 ‘마음 상하게 해서 미안해. 오늘도 즐겁게 보내고 있다가 만나자’라는 문자를 보낸다. 그러면 딸도 ‘나도 미안해♡♡♡’라는 문자로 마음이 풀렸음을 알린다.

먹을 것이나 선물로 감동을 주는 방법도 있다. 김현우 군은 “엄마가 패스트푸드 점에 가서 햄버거, 치킨을 사주면서 화해하자고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한수성 씨는 “딸이 좋아하는 조그만 캐릭터 상품을 사줄 때가 있다”고 전했다.

스킨십도 좋다. 김유진 양은 “엄마가 꼭 안아주면서 ‘미안하다’고 했을 때 진심이 느껴져서 마음이 풀렸다”고 말했다.

자녀들은 부모에 비해 직접적으로 사과하는 일이 적다. 말다툼 후에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부모와 대화를 하는 경우도 많다. 딸일수록 이런 방법을 택한다. 경현정 양은 “화가 나면 방안에 들어갔다가 마음이 풀리면 나와서 자연스럽게 가족들 대화에 끼어든다”고 했다. 반면, 아들들은 다가와서 직접적으로 “엄마(아빠), 잘못했습니다”라고 말한다.

최세미 기자 luckyse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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