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프랑스]프랑스가 서울 안에 있네∼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아담한 동네 서래마을, 글로벌 빌리지로 ‘화려한 변신’

《서울 반포대교 남단 사평로를 지나 팔레스호텔 옆 서래로로 접어들면 발코니를 튼 레스토랑과 고급스러운 와인 바들이 길을 따라 늘어서 있다. 양쪽으로 뻗어있는 골목길에는 화려하지는 않지만 깔끔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빌라촌도 촘촘히 자리 잡고 있다. 빌라촌을 따라 걷다보면 동네를 감싸고 있는 ‘몽마르트르 공원(Parc Montmartre)’과 만난다. 공원 안으로 들어가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불리는 야트막한 언덕을 오르면 반포동 일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파트로 상징되는 여느 서울 풍경과는 다르게 소박하면서도 이국적인 향기가 물씬 풍기는 풍경을 이곳에서 볼 수 있다. 이곳은 프랑스인들이 많이 거주하면서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서래마을’이다.》

○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

서래마을은 1985년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있던 주한프랑스학교가 이전하면서 프랑스인 마을로 바뀌기 시작했다. 프랑스어를 쓰는 벨기에나 다른 외국인들도 서래마을에 모여들면서 이곳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현재 1000가구가 넘는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프랑스회사 기술자나 주재원, 최고경영자(CEO), 대사관 직원 등 한국에 거주하는 프랑스인 1100여 명 중 절반 정도가 이곳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서래마을에서는 프랑스 국기를 본뜬 보도블록과 프랑스어로 적힌 이정표, 간판 등을 볼 수 있다. 보도와 차도를 구분하는 난간도 삼색기로 장식했다. 마을의 중심을 이루는 서래로의 별칭도 ‘몽마르트르 길’이고 마을을 바라볼 수 있게 조성된 공원도 몽마르트르 공원이다. 3일 오후 찾은 몽마르트르 공원과 서래로는 방학을 맞아 휴식을 즐기러 나온 프랑스인 가족들로 가득했다. 서래로 양편으로 죽 늘어선 레스토랑과 커피숍에도 주말을 맞아 식사를 하러 나온 외국인들로 북적거렸다.

프랑스인들이 이곳에 모여든 이유는 학교 때문만은 아니다. 서래마을에는 저층 빌라가 유독 많다. 아파트보다는 빌라를 선호하는 외국인들의 입맛에는 안성맞춤이다. 가까운 지하철역이 3·7호선 고속터미널역이나 2호선 방배역일 정도로 교통은 불편하지만 이 때문에 도심에서 살짝 벗어나 있어 마을 전체가 조용하고 아늑하다. 서리풀 공원과 몽마르트 공원, 반포종합운동장 등 잘 갖춰진 문화·체육시설도 외국인들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국립중앙도서관과 서울성모병원과도 가깝고 센트럴시티와 강남 신세계백화점도 차로 10분 정도면 갈 수 있는 등 편의시설도 풍부하다. 지하철 9호선(신반포역)이 개통되면 접근성은 더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서래마을은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골목마다 햇볕을 쬐며 식사나 차를 즐길 수 있는 프랑스풍 와인바나 카페, 레스토랑이 많아지면서 멋스러운 거리로 인기를 끌고 있는 것. 프랑스 주방장이 직접 만든 빵이나 요리를 맛볼 수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동네가 아담하고 예뻐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명소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다.

○ 글로벌 빌리지로 탈바꿈하는 서래마을

“교통카드를 만들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요.”, “집에 세금고지서가 배달됐는데 이걸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이 직면하는 어려움들이다. 각종 민원서류를 떼다 보면 하루가 금방 가기 일쑤다. 하지만 서래마을에는 ‘만능 해결사’가 있다. 외국인 전용 지원기관인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가 들어서 외국인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 서울시는 서래마을을 ‘글로벌 빌리지’로 지정해 외국인들의 생활을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외국인들은 지난해 6월 문을 연 센터에서 다양한 생활민원을 해결하고 있다. 알리롤 마리피에르 센터장은 “외국인등록사실증명 등 외국인들에게 꼭 필요한 민원서류를 팩스로 발급해주거나 발급받는 법을 설명해주고 있다”며 “한국인들과의 교류를 넓힐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중이다”라고 말했다.

서래글로벌빌리지센터는 한국어로 물건을 사는 법이나 예약하는 방법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역할체험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자수, 한지공예, 한복입기 등 전통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과 한국어교실도 함께 운영한다. 벼룩시장, 요리솜씨 대회, 카니발 등 외국의 문화를 한국인들에게 소개하는 행사도 열고 있다.

서초구청은 앞으로 이 지역의 영어 가능 업소를 100개로 늘려 외국인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다. 구는 외국인들이 생활쓰레기 처리, 공과금 납부 등에 관한 다양한 생활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Life in Seocho’도 제작해 배포하고 있다. 반포4동 주민센터에서도 ‘외국인 도움코너’를 운영하며 민원처리를 돕고 있다. 인근 은행도 외국인 전담창구를 개설해 금융거래를 돕고 있는 등 서래마을은 마을 전체가 ‘글로벌 빌리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6월 구가 마련한 ‘한불 음악축제’도 뜨거운 호응을 불러일으켰다. 거리 공연, 뮤직퍼레이드 등이 화려하게 이어지면서 한국인들도 함께 즐길 수 있어 외국인과 한국인이 함께하는 축제로 거듭나고 있다. 조용하고 작은 마을에서 글로벌 빌리지로 탈바꿈하고 있는 서래마을은 ‘한국 속의 작은 프랑스’를 넘어 ‘한국 속의 작은 세계’로 나날이 진화하고 있는 셈이다.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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