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njour프랑스]랑콤, 피부속 유전자를 깨우다

  • 입력 2009년 7월 14일 02시 56분


최근 화장품 업계 홍보 담당자들은 예전 과학 교과서까지 뒤적여가면서 생명공학 공부를 하는 데 한창이다. ‘줄기세포’부터 ‘DNA’, ‘RNA’ 등 각종 생소한 과학 용어들이 빼곡히 적힌 보도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 이처럼 최근 세계 화장품 업계에선 마치 과학계를 연상시킬 정도로 끊임없는 연구개발(R&D)에 따른 특허 기술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점점 까다롭고 높아지는 소비자들의 기대치를 따라 화장품은 미용 분야에 머무르지 않고 과학과의 조우로 지평을 넓혀가고 있는 셈이다.

○ 화장품 업체들의 끊임없는 연구 욕심

랑콤과 메이블린 등 세계적 화장품 브랜드들이 속해 있는 글로벌 뷰티 업체 로레알 그룹은 업계 선두주자답게 꾸준한 R&D 성과를 선보여 왔다.

다양한 인종과 피부 체질을 두루 고려하기 위해 유럽(프랑스 파리)뿐 아니라 북미(미국 뉴욕), 아시아(일본 도쿄) 등 3개 대륙에 개발 연구소를 설립해놓았다. 지난 10년간 이곳에서 일한 연구원만 해도 피부과 전문의부터 생물학자, 화학자까지 3000여 명에 이른다. 투입되는 예산 역시 만만치 않다. 로레알은 전체 매출의 3%를 연구 투자로 환원하고 그중에서도 기초 선행 연구 기술에 예산의 3분의 1을 할당한다. 2007년에는 미용 및 피부 관련 연구에만 5억6000만 유로를 투자하기도 했다.

덕분에 로레알 연구소는 현재 120개 신(新)물질에 대한 특허를 비롯해 3만여 개 유효 특허를 자랑한다. 세계 유수 대학 및 연구소들과 함께 진행 중인 공동 연구 계약 건만 100여 개다.

○ 10년 만에 탄생한 유전자 화장품

랑콤이 항산화 분야에 이어 최근 눈을 돌린 분야는 유전체학과 단백체학이다. 이 회사는 이달 1일 업계 최초로 유전자를 활성화시키는 노화방지 화장품 ‘제니피끄 에센스’를 선보였다. 기존 화장품이 피부 표면에만 작용하는 효과를 가졌다면 이 제품은 아예 유전자를 건드린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랑콤 R&D 연구소는 10년 간 유전체학 연구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엔 프랑스 세인트루이스 대학과 캐나다 라발 대학 등 10개 연구팀이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함께 참여했다. 덕분에 이번 신제품은 유전체학과 관련해 7개 국제 특허를 얻었다. 베로니끄 랑콤 연구소장은 “유전체학과 단백체학 연구로 피부 노화에 대한 화장품 업계의 기존 시각을 바꿔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지현 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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