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2년 전 열풍 재현할 수 있을까

  • 입력 2009년 7월 13일 19시 01분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라는 날개를 단 종합자산관리계좌(CMA)가 2007년의 열풍을 재현할 수 있을까.

3일 동양종합금융증권을 시작으로 이달 말부터 증권사들이 소액지급결제 서비스에 나서면서 고객들이 훨씬 편리해진 CMA를 얼마나 개설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증권사들은 고금리 및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내세워 CMA 잔액을 늘리는 동시에 CMA 고객을 대상으로 한 펀드,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판매도 확대할 계획이다.

2년 전 영광 되찾을까

CMA는 2004년 초 국내에 처음 소개될 때만 해도 증권사의 마케팅 부재와 리스크 관리능력을 낮게 평가한 투자자들의 외면으로 돈이 들어오지 않았다. 2006년 7월까지 CMA 잔액은 3조 원도 되지 않았다. 그러나 2007년 들어 증권시장 호황과 함께 연 5%가 넘는 이자를 준다는 소문이 나면서 CMA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 CMA 잔액은 2007년 말 27조 원으로 급증했고, 삼성경제연구소가 선정한 '2007년의 히트상품' 중 하나로 뽑히기도 했다.

하지만 CMA는 은행권의 가상계좌를 이용해야만 자금 이체가 가능한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올 2월 시행된 자본시장법은 증권사의 소액지급결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함으로써 CMA를 은행으로부터 독립시켰다. 증권사들이 연 4%대의 금리를 제공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면서 올해 1월 34조1000억 원이었던 CMA 잔액은 이달 9일 현재 39조7000억 원으로 6개월 만에 5조6000억 원이나 늘었다.

금융권에서는 CMA의 기능이 확대되면서 중장기적으로 많게는 수십조 원의 자금이 CMA로 이동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2007년처럼 빠르게 CMA 잔액이 늘어나기보다는 완만하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환매조건부채권(RP)형 CMA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증권사들이 RP를 발행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은행권 및 금융당국의 견제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고객 접점기반으로 활용해야 수익

전문가들은 증권사 CMA가 성공하려면 CMA 자체로 얻는 수익보다는 이를 활용한 교차 판매에 집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신영증권 박은준 연구원은 "CMA는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는 비용, 마케팅비, 금융결제원 지급결제시스템 가입비 등을 감안하면 오히려 단기적으로는 지출이 많아져 단순 마진 개념으로는 이익 기여도가 미미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증권사들은 CMA를 통해 주식위탁매매로 고객을 끌어들이고 펀드, 채권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판매하는 채널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 CMA는 펀드, 주식투자 등 직·간접 투자상품으로 자금을 옮기기가 은행 예금통장보다 쉽고 각종 부가서비스 기능을 감안하면 고객 확보 차원에서 유리하다는 것이 증권사들의 판단이다.

박 연구원은 "향후 중장기적으로 약 20조 원의 은행권 자금이 증권사로 이동하고 이 자금이 주식형펀드로 유입될 수 있다면 증권사 CMA의 파괴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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