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 피플] 안정환 “C리그 무서운 성장…곧 K리그 추월”

  • 입력 2009년 7월 13일 08시 00분


C리그 거액투자, 용병수준 높아 중상위권, K리그 못지않은 실력

‘반지의 제왕’, ‘테리우스’ 등 수 많은 수식어를 남기며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안정환(33·다롄 스더)은 최근 중국에서 제2의 축구인생을 보내고 있다. 선수 뿐 아니라 쇼핑몰과 레스토랑을 경영하는 CEO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다. 12일,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 안정환을 강남 모처에서 만났다.

○제2의 축구인생을 산다

안정환은 중국으로 진출하기 전 은퇴를 생각했다고 한다. 올해 2월 미국행이 좌절된 직후 그는 축구화를 벗을 생각까지 했다. “융베리가 내가 가려던 팀으로 이적하면서 미국행이 어렵게 됐어요. 그래서 은퇴를 심각하게 고려했습니다. 은퇴하고 ‘안정환 유소년축구팀’을 창단해 운영할 계획까지 세웠어요.”

하지만 안정환은 3월 중국으로 진출해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다. 현지에서는 안정환을 ‘한국의 베컴’으로 인정하는 분위기. 그의 일거수일투족이 중국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축구 실력 뿐 아니라 수려한 외모, 미스코리아 출신의 부인까지 중국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중국 다롄시가 최근 안정환이 팀과 계약을 연장했다는 소식을 접한 뒤 축구단에 대규모 액수의 지원금을 전달한 것을 보면 그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안정환은 이런 관심이 싫지 않다는 반응이다. “즐겁고 재미있다”라고 말했다. “워낙 관심이 많아 경기장에서 잘 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지만 관중들을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프로선수잖아요. 이 나이에 행운이라고 봐야죠. 나를 ‘한국의 베컴’이라고 하는데 진짜 베컴이 들으면 기분 나빠하겠죠.”

○월드컵선 후배들 응원할 것

옛 기량을 서서히 회복하고 있는 안정환. 선수로서 월드컵 출전에 대한 욕심이 없지 않지만 그는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다. 현 대표팀 선수들에 비해 자신의 기량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대표팀 경기를 보면 후배들이 잘 하잖아요. 냉정하게 말하면 내가 후배들보다 모자라죠. ‘내가 대표팀에 합류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보면 ‘밖에서 응원하는 게 더 좋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는 월드컵에 2회 출전해 3골을 넣으며 한국선수 중 월드컵 무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기록한 선수로 남아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치르며 4강 신화를 이룩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안정환은 후배들에게 ‘경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월드컵 본선과 예선은 하늘과 땅 차이에요. 상대팀의 수준이 다르죠.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부딪혀 보는 수밖에 없어요. 계속 경기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그들과의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러다보면 본선에서 더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어요. 2002년에 했던 것처럼 말이죠.”

○한국을 맹추격하는 중국축구

안정환은 중국 프로축구 C리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자 표정이 진지하게 바뀌었다. 몸으로 직접 체험한 C리그의 수준은 예상보다 높았다고 했다. 구단들이 비싼 돈을 들여 몸값이 높은 용병들을 사오기 때문에 K리그보다 뛰어난 외국인 선수들이 C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다. 게다가 팬들의 관심도 높고 대부분의 구단들이 거액을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성장 속도가 K리그보다 훨씬 빠르다고 했다.

“예전에 중국 팀과 경기를 하면 절대로 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을 정도로 약했어요. 하지만 직접 중국에서 뛰어보니 중상위권 팀들은 K리그 못지않은 실력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용병들 수준도 매우 높아요. 지금의 성장 속도라면 K리그를 뛰어넘을 시기가 멀지 않았다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중국에서 용병으로 뛰는 안정환도 그런 면에서 부담감이 크다고 했다. “부진하면 관중석에서 바로 ‘누구누구 교체시켜라’라고 소리치는 등 압박이 심해요. 그런 소리 듣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해야죠. 최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사실 제 자신도 이정도로 빨리 적응할지 몰랐어요. 계약도 연장했는데 더 열심히 해야 할 것 같아요.”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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