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닫는 사립대 장학재단 만들 수 있다

  • 입력 2009년 7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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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법인 설립으로 재산보전 길 열어”… 개정안 입법 예고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립대 재단이 학교 문을 닫고 남은 재산으로 장학재단이나 사회복지법인을 세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렇게 되면 그동안 학교 문을 닫고 싶어도 남은 재산을 ‘빼앗기기’ 싫어 무리하게 학교 경영을 계속해 온 재단이 정부의 부실 사립대 구조조정에 앞서 스스로 해산을 선택하는 사례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사립대 법인 해산 규정을 완화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학교 경영이 어려운 사립대가 법인을 해산하려 할 때는 남은 재산을 공익법인 또는 사회복지법인에 귀속시키거나 남은 재산을 출연금으로 이런 법인을 직접 설립할 수 있게 된다.

현행 사학법 35조에 따르면 사립대 법인이 해산하고 남은 재산은 일단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로 귀속되는 것이 원칙이다. 국가나 지자체는 이 재산을 다른 학교 법인에 양도하거나 교육사업에 활용한다. 대학 설립자나 학교 재단은 투자금액을 돌려받을 수 없어 청산을 꺼렸다.

교과부 관계자는 “현행 사학법에는 학교 법인이 자발적으로 문을 닫을 수 있도록 하는 출구전략이 포함돼 있지 않다”며 “사립대 재단이 법인 해산을 선택하면서도 공익을 위한다는 명분을 취할 수 있어 해산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이번 개정안을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하고 올해 안에 통과되면 시행령을 정비해 내년 상반기부터 적용할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지방 사립대 교수는 “방만 경영을 일삼은 부실 사립대 운영자의 책임만 면제해 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여론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에도 대학 설립자 등에 재산 일부를 돌려주는 ‘사학청산법’을 만들려다 실패했다. 반면 대다수 사립대 재단은 “남은 재산 일부를 돌려주는 방식과 같은 실질적인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개정안은 이사진 3분의 2 이상이 동의하고 장관이 인가를 해야 대학을 해산할 수 있도록 했던 규정도 바꿔 교과부 장관의 승인만 있으면 해산이 가능하도록 했다. 교과부는 장관 직속으로 ‘사립대 구조조정 심의위원회’를 두고 법인 해산 여부와 남은 재산 처분 방식을 심의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사립대 구조조정은 올해 교과부의 핵심 업무 중 하나. 교과부는 부실 사립대 30여 곳을 선정해 올해 말에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내년부터 모든 대학을 대상으로 경영컨설팅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일회계법인과 한국사학진흥재단이 부실대 선정 기준을 마련하기 위한 정책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1990년대 중반 요건만 갖추면 대학을 설립할 수 있는 준칙주의가 도입된 이래 사립대는 44개, 대학원대는 35개, 전문대는 11개가 신설 또는 개편됐다”며 “대학이 신입생을 구걸하듯 모시는 현실을 바로잡기 위해서도 대학 구조조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황규인 기자 ki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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