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獨 등 ‘유라비아’ 공포 확산

  • 입력 2009년 7월 13일 03시 00분


“일자리 뺏기고 테러온상지 될라” 이슬람 이민제한 강화

“공포 근거없고 과장” 지적도

“이슬람의 첫 유럽 공격이 732년 프랑스 서부 국경지대인 피레네 산맥에서 벌어진 푸아티에 전투에서 멈췄고, 두 번째 시도가 1683년 오스트리아의 빈 전투에서 좌절됐다면, 최근 은밀히 진행되는 이슬람의 침입은 이제 우리가 막아야 한다.”

네덜란드 자유당의 헤이르트 빌더르스 당수는 이런 극단적인 반(反)이슬람주의를 외치는 유럽 내 대표적인 극우파다. 그의 정당은 지난달 유럽의회 선거에서 17%의 지지율을 얻으며 약진했다. “영국의 이슬람화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한 영국국민당(BNP)은 처음으로 의회에서 2석을 확보했고, 오스트리아의 우파 자유당도 지지율이 과거보다 두 배로 뛰었다. 이런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 이른바 ‘유라비아(Eurabia·유럽의 이슬람화)’에 대한 유럽인의 두려움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가 보도했다.

이 잡지에 따르면 유럽인의 반이슬람 정서는 글로벌 경기침체 이후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값싼 이슬람 이민자의 노동력 때문에 일자리를 뺏기고 있다는 불만이 커졌기 때문이다. 출산율이 하락하는 백인종과 달리 높은 출산율을 나타내는 유럽 내 무슬림 사회도 불안감을 부추겼다. 현재 유럽 내 이슬람 인구는 2000만 명으로 전체의 5%. 하지만 2025년엔 3800만 명(8%)으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전체의 40%에 육박할 것이라는 극단적인 추정도 있다. 영국 런던과 스페인 마드리드 테러 사건이 보여주듯 유럽의 무슬림이 이 지역을 테러의 온상지로 만들고 있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는다.

세계적인 여론조사기관 퓨리서치에 따르면 이슬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가진 스페인인은 지난해 52%로 2004년보다 15%포인트나 늘었다. 독일에서도 부정적인 대답이 절반을 넘어섰다. 유럽 각국은 최근 무슬림의 이주 및 이민을 제한하는 법을 속속 강화하고 있다. 이탈리아는 불법 이민자에게 집을 빌려주는 임대사업자를 처벌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뉴스위크는 “유라비아에 대한 공포는 상당수가 근거가 없거나 과장 왜곡돼 있다”고 지적했다.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현재 무슬림의 높은 출산율이 유지되기 어렵고, 무슬림이 유럽을 위협할 정치세력으로 성장하기에는 구심점도 약하다는 것이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