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상급단체 노조 간부들 사업장 임의출입 불가”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법원 첫 결정… 노사관계 무분별 개입관행에 제동

상급단체 노동조합의 간부 및 조합원이 개별사업장에 임의로 드나들어서는 안 된다는 법원의 첫 결정이 나왔다. 이번 결정이 확정되면 개별사업장에 대한 상급단체 노조의 무분별한 개입 관행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12일 서울중앙지법 등에 따르면 반도체부품 생산업체인 동우화인켐에서 근무하는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 중 일부는 지난해 5월 해당 사업장에 노조를 결성하지 않고 전국단위의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에 가입했다. 금속노조는 이 회사에 하부 조직인 ‘동우화인켐 비정규직분회’를 설립한 뒤 해고된 조합원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경기 평택시에 있는 공장에 들어가려 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외부인으로부터 회사 시설과 영업비밀을 보호해야 한다”는 등의 이유로 금속노조 간부의 출입을 금지했다. 이에 금속노조는 올해 2월 “금속노조원의 출입을 막지 말라”며 업무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지만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수석부장판사 박병대)는 1일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해당 공장 근로자가 아닌 상급단체 노조 간부가 노조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개별사업장을 임의로 출입할 권리는 없다”며 “이번 판단은 개별사업장에 대한 상급단체 노조의 출입 범위를 제한한 첫 결정”이라고 12일 밝혔다. 재판부는 상급 노조의 출입 가능한 범위에 대해 “개별사업장의 근로자들이 상급단체인 산별노조에만 가입해 상급단체 노조 간부가 해당 사업장의 단체교섭 위원으로 선정됐거나, 단체협약에 상급단체 노조 간부들의 출입이 보장돼 있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을 때만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재판부는 “해고된 조합원들까지 공장 출입을 하지 못하면 조합 활동에 지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며 분회 소속 해고 조합원들의 출입은 허용했다.

지금까지는 회사 측이 “상급단체 노조원의 회사 출입을 막아 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모두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이번처럼 상급단체 노조 측이 회사를 상대로 신청을 낸 것은 처음이다. 법원 관계자는 “이런 신청 사건이 적었던 이유는 회사가 노조의 눈치를 보느라 불합리한 출입까지 허용해온 데다 노조의 요청으로 단체협약에 상급단체 노조의 출입을 가능케 하는 조항을 넣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동우화인켐 측은 “금속노조원의 출입금지 결정은 환영하지만 해고 조합원들의 출입을 허용한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판부에 이의신청을 냈고, 금속노조 측은 항고 여부를 고민 중이다. 이의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항고와 재항고를 거쳐 대법원이 최종 판단을 내리게 된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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