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유무역지대 탄생…일자리 60만명 창출 기대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 타결 의미와 전망

● 경제 효과
한국 GDP 2~3% 가량 오를 듯…무역흑자 최대 28억달러 늘어

● 한미 FTA와 비교하면
개방폭 크고 속도도 더 빨라…미국 FTA비준 자극제 역할

한국-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되면 한국 경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권인 EU를 발판으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맞게 된다. 특히 ‘서비스 강국(强國)’인 유럽의 기업들이 이번 FTA를 계기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면 낙후된 국내 서비스산업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내수시장 확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수출 영토’를 확장하는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다만 한미 FTA처럼 사회적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한국 사회가 이번 협정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최종 성적표가 매겨질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낙후된 한국의 농업과 축산업은 이 분야 선진국인 유럽 생산품과의 무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구조조정과 체질개선에 나서야 할 처지다.



○ 한-EU GDP 19조3411억 달러

한-EU FTA가 성사됨에 따라 한국은 세계 최대 규모의 시장이면서 인구가 5억 명에 이르는 EU를 유리한 위치에서 공략할 수 있게 됐다. 2008년 기준으로 EU의 국내총생산(GDP)은 18조3941억 달러, 한국은 9470억 달러로 양측을 합치면 19조3411억 달러에 이른다. 이는 2000년 7월 발효된 EU-멕시코 FTA(19조4822억 달러)에 근소하게 뒤지지만 미국과 캐나다, 멕시코가 참여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16조8637억 달러)보다는 큰 규모다. 멕시코가 글로벌 경제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최근 47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점을 감안하면 한-EU FTA가 세계 최대의 자유무역지대가 될 가능성도 있다.

기획재정부 당국자는 “한-EU FTA가 한미 FTA에 비해 과소평가되는 측면이 있지만 경제적 파급 효과는 훨씬 클 것”이라며 “독일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27개 회원국과 동시에 FTA를 맺는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EU는 27개 회원국별로 한국이 비교우위에 있는 산업과 시장이 골고루 형성돼 있어 국내 대기업뿐 아니라 중소기업들이 공략할 수 있는 틈새도 작지 않다는 분석이다.

○ 한국 무역흑자 최대 28억 달러 늘 듯

한-EU FTA는 한미 FTA보다 개방 폭을 넓히면서 개방 속도는 단축시킨 것이 특징이다. 한국과 EU는 협정 발효 후 3년 안에 전체 공산품 중 99%(품목 수 기준)의 관세를 없애기로 합의한 반면 한미 FTA는 91% 수준에 머물렀다. 5년 안에 관세를 철폐하기로 한 공산품 비율도 한미 FTA가 95.4%에 그쳤지만 한-EU는 원칙적으로 100%로 하되 일부 예외 품목을 두는 형태로 개방 폭을 넓혔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한-EU FTA가 발효되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단기적으로 2.02%(15조7000억 원), 장기적으로 3.08%(24조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또 유럽 서비스기업들의 직접투자가 늘면서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일자리가 증가해 취업자가 30만1200∼59만7060명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KIEP가 2007년 한미 FTA로 취업자가 5만7000∼34만 명 늘어날 것으로 추산한 것보다 더 많은 수치다.

양측 간 교역량이 늘면서 한국이 EU를 상대로 추가로 거둘 수 있는 무역수지 흑자도 1억3000만∼28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2008년 한국의 주요 무역상대국 가운데 교역규모는 중국(1683억 달러)에 이어 EU(984억 달러)가 일본(892억 달러) 미국(847억 달러)을 제치고 두 번째로 많다.

○ 한미 FTA의 지렛대 역할 주목

한국은 세계 양대 경제권인 EU 및 미국과 FTA를 맺은 유일한 아시아 국가가 됐다. 중국과 일본 사이의 샌드위치 신세에서 벗어나 ‘아시아의 자유무역 허브’로 발돋움할 기반을 마련한 것이다. 경제위기를 틈타 각국이 경쟁적으로 무역장벽을 쌓는 움직임에 제동을 거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는 2007년 4월 타결 이후 2년 넘게 양국 의회의 비준동의를 받지 못하고 있는 한미 FTA의 발효시기를 앞당기는 데도 한-EU FTA가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 FTA교섭대표는 “한-EU FTA는 이르면 내년 1월 발효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발효시점이 한미 FTA보다 더 빠를 수 있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한-EU FTA가 한미 FTA 비준의 지렛대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정재화 한국무역협회 통상연구실장은 “한-EU FTA의 긍정적 효과는 한미 FTA보다 큰 편이지만 농축산업의 경우 적지 않은 피해를 볼 수 있다”며 “피해가 예상되는 국내 산업의 체질을 강화하는 방안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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