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휴대전화 ‘희색’… 농산물 피해 15년뒤부터 年3000억원

  • 입력 2009년 7월 13일 02시 59분


■ 업종별 미치는 영향

한국이 13일 세계 최대 시장인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타결할 것이 거의 확실해지면서 국내 산업계는 수출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EU의 평균 관세율은 4.2%로 높지 않은 편이다. 하지만 자동차와 전자제품 등 한국 기업의 수출 주력 품목에 대한 관세율은 높은 편이어서 관세가 철폐되면 수출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산업계의 설명이다. 또 소비자들은 관세가 폐지되는 유럽산 명품 의류와 자동차 와인 등을 상대적으로 싼값에 구입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는 수출과 수입이 모두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전체적으로는 국내 자동차 산업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우세하다. 한국의 수입 관세는 8%지만 EU는 10%여서 관세 폐지에 따른 효과가 한국이 더 크기 때문이다. 자동차 부품 수출품목의 96%는 관세가 즉시 철폐돼 부품 제조업체에도 좋은 기회다.

전자업종도 득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최고 14%에 이르는 가전제품에 대한 높은 관세를 피하기 위해 이미 유럽 현지에 생산 및 물류거점을 마련해 놨기 때문에 관세철폐에 따른 이익은 그리 크지 않다. 다만 EU가 휴대전화에 부과해 온 관세는 피할 수 있게 된다. 핀란드 노키아와 독일 지멘스 등의 기업은 가격경쟁력이 있는 한국산 부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어 전자 부품업계도 기대가 크다.

섬유업종도 관세 폐지의 혜택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화학 섬유원사 등에 대한 관세 4∼12%가 없어지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이 현재 8∼13% 부과하는 EU 의류제품의 관세도 폐지돼 명품 브랜드 의류 수입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EU가 상대적으로 강세인 반도체 생산장비와 전자 의료기기 등 정밀기계와 일반기계, 화학 업종은 수입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EU는 일반기계업종 가운데 식품 가공기계, 종이 제조기계 등 13개 품목에서 세계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EU의 화학산업은 전 세계 화학산업 매출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강세다.

농식품 업계에서는 양돈업과 낙농업을 중심으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한-EU FTA 타결 15년 뒤부터 농산물 피해 규모를 연간 3000억 원 안팎으로 보고 있다. 쌀은 양허대상에서 제외됐지만 EU산 수입 농산품 1위인 돼지고기에 대한 관세가 10년 내에 철폐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은 EU산 낙농품은 국내 시장에서 더 힘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와인, 포도주스, 오렌지주스 등은 FTA 발효 즉시 관세가 철폐돼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선우 기자 sublime@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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